방송사 편성 간보기에 ‘야구팬vs드라마팬’ 깊어지는 골

입력 2015-10-19 17:51
MBC

오는 21일 MBC에서 방송 예정이던 2015 KBO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 대 두산 베어스 3차전 중계가 취소될 전망이다. 해당 시간대에는 인기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계를 기다리던 야구팬들과 ‘그녀는 예뻤다’ 본방 사수를 원하는 드라마팬들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MBC 관계자는 19일 “21일 2015 KBO 플레이오프 경기 대신 ‘그녀는 예뻤다’ 10회를 방송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방송사 측은 “확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계약된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대신 ‘그녀는 예뻤다’ ‘라디오스타’ 등 드라마와 예능을 정상 방송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 촌극은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 탓에 ‘그녀는 예뻤다’가 결방되면서 시작됐다.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 게시판을 비롯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야구 경기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방송하라”며 원성을 쏟아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결국 MBC 측은 당초 오는 21일 MBC에서 방송될 예정이던 플레이오프 3차전 중계 취소를 확실시했다. 이 여파로 SBS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등 체육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예정이던 2015-2016 프로배구 남자부·여자부 경기와 프로농구 경기 중계도 줄줄이 취소될 전망이다. 해당 채널 입장에서는 배구·농구 경기보다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편이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팬들은 “드라마도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면 되는 것 아니냐” “야구 중계는 현장감이 중요하다” “우리도 이 시즌만 기다렸다”며 공분했다. 드라마 팬들과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설전이 오고가기도 했다. 별안간 중계를 볼 수 없게 된 배구팬, 농구팬들의 불만도 컸다.

문제는 MBC의 ‘간보기식’ 편성에 있다. MBC는 지난주 야구 중계로 ‘그녀는 예뻤다’의 방송 시간이 30분 미뤄졌다고 공지했다가 이를 40분으로 고치고, 끝내는 결방을 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를 이틀 남겨 놓고는 중계를 취소한 것이다. 방송사 측이 키운 드라마팬들의 분노를 야구팬들에게 떠넘긴 꼴이다. 이로써 공연히 스포츠팬들과 드라마팬들만 날선 댓글을 주고받게 됐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