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찬성 연세대생 대자보…"응? 뭔가 이상한데?"

입력 2015-10-19 14:21 수정 2015-10-19 14:25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대자보가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연세대에서는 국정교과서 찬성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대자보 내용을 보니 어투가 좀 이상합니다. 마치 북한의 담화나 로동신문 사설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목부터 ‘입장’이 아니라 ‘립장’이라고 썼군요. 글쓴이도 ‘각하를 존경해마지 않는 련세대학교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대자보는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이시며 존엄높이 받들어 모실 경애하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얼마전 력사교과서 국정화를 선포하시었다’고 시작합니다.

국정화 선포에 대해 ‘리승만 대통령 각하와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가장 숭고한 기쁨과 영광으로 받들어 모시려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의 무한한 혜안’이라고 평가한 대자보는 좌파세력에 대해서는 ‘우리 조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자보는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 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좌파세력에게는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네요.

상당수 네티즌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반대 의견에 아랑곳없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나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좌파세력으로 몰아세우는 양상이 마치 북한의 막무가내식 태도와 비슷해 충분히 비꼴 만한 상황이라는 의미겠지요.

물론 일부에선 ‘노잼(재미가 없다)’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를 너무 희화화한 게 아니냐는 얘기일 겁니다. 많은 의견이 제기되다보니 눈길을 끌기 위해 자칫 치열하게 다퉈야 할 논제를 우스갯소리처럼 꺼내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스스로 너무 가벼워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