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이승우(17·FC 바르셀로나)의 월드컵 활약상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소속팀 활동을 가로막고 연맹 주관 대회에서 생색을 냈다는 것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로셀로나 서포터스인 꾸레(Cule)를 중심으로 비난이 빗발쳤다.
FIFA는 19일 트위터에 “이승우가 브라질전 승리의 소감을 밝히고 바르셀로나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특집 기사를 소개했다. 기사는 ‘태극전사들을 위한 이승우의 노래’(Seungwoo on song for the Warriors)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실렸다. 재야의 유망주에서 국제대회의 간판으로 성장한 이승우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FIFA는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8강전 등 이승우의 여러 활약상들을 소개하면서 “뛰어난 돌파력과 부드러운 마무리는 디에고 마라도나도 자랑스러워했다”고 평했다. 이승우를 호평하면서 연맹이 주관한 2015 칠레 17세 이하(U-17) 월드컵의 열기를 고조할 목적으로 특집 기사를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지난 18일 칠레 코킴보 시립경기장에서 브라질을 1대 0으로 격파한 U-17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지 못했지만 브라질의 수비진을 교란해 승리에 힘을 보탰다. 우리 선수들은 팀워크를 발휘하며 고르게 기여했지만 세계 축구계의 관점에서 한국의 스타플레이어는 단연 이승우였다.
하지만 이승우를 앞세운 FIFA의 트윗과 기사는 되레 역풍만 부르고 말았다. FIFA가 바르셀로나를 추가로 징계하면서 이승우의 활동을 가로막고 정작 월드컵에서는 활약상을 소개하며 생색을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르셀로나는 지난달 8일 유소년 선수 5명을 퇴출하고 이승우를 포함한 일부 선수들의 활동을 제한했다. FIFA의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 강화에 따른 조치다. 이승우는 잔류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지도를 받거나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
FIFA의 이런 조치는 유럽 명문 구단의 지도를 받길 원하는 비유럽권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제지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계 축구팬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구단의 입장에서도 손실이 커 거대한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조성됐다.
이승우를 앞세운 FIFA의 트윗에는 꾸레들이 몰려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영어와 스페인어권 네티즌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바르셀로나에서 거주하는 꾸레들로 보인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이승우를 퇴출한 바보” “이승우에게 연맹으로부터 퇴출을 당한 소감도 묻지 그랬는가”라고 멘션을 달아 항의했다. 아시아 축구팬들도 합류했다. 일본의 유소년 선수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아시아 선수들은 모두 약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철오 박구인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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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9 11:52 수정 2015-10-19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