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교통사고로 택시기사들로부터 돈 뜯어온 10대 5명 검거

입력 2015-10-19 09:12
식당가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택시기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어온 10대 청소년 5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9일 용봉동 먹자골목 도로에서 운행 중인 택시에 일부러 부딪혀 휴대전화 수리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혐의(교통사고 위장)로 이모(16·고교 중퇴생)군과 박모(16)군 등 5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동네 친구사이인 이들은 지난달 20일 밤 8시쯤 용봉동 먹자골목 입구에서 이모(56)씨의 개인택시 우측 후사경에 일행이 휴대전화를 든 오른팔을 살짝 부딪쳐 떨어뜨리도록 한 뒤 수리비로 4만원을 뜯어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군 등은 택시에 타는 승객 역할을, 박 군 등은 먹자골목에 대기하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땅에 떨어뜨리는 사고 피해자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박군 등이 팔을 택시 후사경에 들이대고 고의로 떨어뜨린 휴대전화는 이미 고장 난 전화기였다.

경찰은 무작위로 영업용 택시에 탄 이군 등이 먹자골목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일행 박모(16)군 등과 사전 각본에 따라 이 같은 ‘위장사고’를 내고 그동안 6회에 걸쳐 21만원의 수리비를 기사들로부터 편취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군 등이 택시기사의 경우 사고처리를 하게 되면 경찰조사를 받기가 부담스럽고 벌점 등이 부여된다는 점을 악용해 가벼운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한 뒤 3~5만원의 수리비를 받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이군과 박군 등이 교통사고 조사를 받더라도 ‘승객’과 ‘행인’ 입장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생면부지의 타인처럼 택시기사 과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고의성이 의심 된다”는 피해자 이씨의 신고에 따라 인근 CCTV 영상분석과 탐문수사를 벌여 이군 등을 검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