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2세 여자 어린이까지 성폭행을 당하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발생해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인도 NDTV는 인도 경찰이 뉴델리 서부 니할 비하르의 한 공원에서 생후 2년6개월 된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17세 남성 2명을 18일(현지시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밤 공원이 정전된 틈을 타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온 어린이를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를 흘리는 피해 어린이를 공원에 버려두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뉴델리 동부의 한 다가구주택에서는 집주인과 그의 친구 등 남성 3명이 한 세입자의 5살 난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지난 9일에도 철길에서 4살 여자아이가 성폭행당한 뒤 버려진 채로 발견되는 등 최근 뉴델리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잇따랐다.
시민 수백명은 지난 이틀간 피해 아동의 집 근처와 경찰청 인근에서 정부와 경찰의 무능을 비판하고 여성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스와티 말리왈 델리여성위원회 의장은 “언제까지 소녀들이 수도에서 잔혹한 일을 당해야 하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 해법을 찾아아 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사태가 심각함에도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이번 사건을 정쟁 수단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사람당(AAP) 소속의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는 델리 경찰은 연방정부 관할임을 거론하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연방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면서 “1년만 델리 경찰 통제권을 주정부에 맡겼다가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가져가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델리 주 책임자인 시암 자주는 “케지리왈 주 총리는 델리에서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일어나면 연방 정부을 상대로 책임 공방을 벌인다”면서 “그는 자신이 시민들로부터 주 정부를 운영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반발했다.
2012년 12월 한 20대 여대생이 뉴델리 시내버스에서 집단 성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성범죄를 퇴치하는 것이 인도의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바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전역에서는 3만6700여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2013년 3만3700건보다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인도 수도서 2세 여아까지 성폭행…공분 일어
입력 2015-10-19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