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례 “2년간의 슬럼프 주님 앞에 회개 끝에 문영남 작가 작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스타인헤븐

입력 2015-10-20 00:02
배우 유세례. 구성찬기자 ichthus@kmib.co.kr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3)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선율이 들리면 피아노로 해당 음계를 정확하게 짚어낼 정도로 피아노 신동. 피아니스트가 될 줄 알았던 그녀는 초등학교 때 MBC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소망을 품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합격했다.

대학도 한 번에 붙고 졸업하자마자 MBC 드라마 ‘주몽’에 출연했다. 이어서 ‘조강지처클럽’ 등 연속으로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하지만 웬일인지 태어나서부터 순탄했던 배우 유세례의 인생이 ‘조강지처클럽’이 끝나면서부터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드라마가 끝나고 2년 동안 캐스팅은 물론, 미팅의 기회조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사춘기가 없었는데 2년간의 공백기 동안 지독한 사춘기를 앓았습니다. 벌이가 없으니까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세상적인 유혹도 많았어요. 드라마도 하고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어느 회장님들과 식사 자리에 오라는 등 유혹들이 있었어요.”

이때 유세례를 붙잡아 주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이었다. 세상의 유혹, 연기자 활동을 당연히 이어갈 줄 알았지만 작품이 주어지지 않는 슬럼프의 시간 동안에 하나님은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는 “제가 연기자를 계속 해야 하는지, 여러 유혹들로 머리가 아플 때 낮잠을 잤다”며 “잠깐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딱 구멍으로 봤는데, 형체는 없는데 누군가 나를 잡으러 왔나 하는 두려움이 확 왔다. 그때 놀라서 꿈에서 확 깼다”고 회상했다. “하나님이 문 앞에 찾아오셔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시는 것 같았어요.”

유세례는 그때 모든 악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예배 가운데 거하기를 결정했다. 고민만 하며 좌절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예배 반주, 금요예배 반주, 성가대 반주 등 2년 동안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피아노 반주를 도맡아 했다. 또 금요일마다 강화도에 있는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했다.

“너무 힘든 시기였고 잘못된 생각도 했었고 우울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하나님이 나의 생명의 은인이신 듯합니다. 내가 당시 하나님을 안 만났으면 잘 못 됐을 수 있겠구나 싶어요. 이전까지 어머니의 신앙, 그냥 선데이크리스천이었는데 2년 동안 깊이 하나님을 묵상하고 의지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며 나아가지만 인간인지라 원망의 기도도 나왔다. “하나님, 난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반주도 하는데 믿지 않고 술만 마시고 놀러 다니는 애들은 잘 되고 전 이게 뭔가요.”

하나님을 바라보며 섬김과 원망의 시간들이 교차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2년째가 되던 어느 날 삼일교회 청년찬양예배에 가게 된 유세례.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의 권유로 가게 됐던 날 유세례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은혜를 체험하게 됐다.

유세례는 “문을 딱 여는데 ‘내가 내 아들을 십자가 못 박히게 할 만큼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넌 내가 주는 사랑을 모른다고 하니...’라는 찬양이었다”라며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하염없이 울고 그 동안 감사하지 못 했던 저를 돌이켜 보고 많은 회개를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일을 하나님이 보게 하셨다. 유세례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동안 저를 이렇게 사랑해주셨는데 제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예배를 드리고 나왔는데 바로 그 다음날 스타 작가인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의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문영남 작가는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을 집필한 히트메이커. 유세례는 문 작가의 ‘폼나게 살거야’에 캐스팅돼 손현주 김희정 기태영 이효춘 등의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유세례는 “하나님 앞에 깊은 회개와 감사를 깨달음과 동시에 드라마 캐스팅이 됐다”며 “그 이후부터 무조건 감사함으로 살아야겠다는 고백과 늘 하나님을 뜨겁게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큰 은혜를 체험한 다음부터 유세례가 한 일은 대본을 받으면 맨 첫 페이지에 십자가를 먼저 그리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스스로가 잘 해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됐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본연습실에 들어서면 처음 하는 게 대본 첫 페이지에 십자가를 그리는 것과 먼저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리는 거예요. ‘폼나게 살거야’(2011)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유세례는 2년간의 공백기 동안에 본명인 유희정에서 ‘유세례’로 이름도 바꾸었다. ‘세례’는 회개의 표시로 자신의 죄를 씻고 새 삶을 찾는다는 의미다. 그는 “한 권사님이 기도하시는 중에 저에게 ‘세례’의 이름이 어떠냐고 하셔서 한 달 동안 기도를 하고 세례의 이름을 쓰게 됐다”며 “하나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는 다짐을 하고 유세례로 다시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세례라는 이름 때문에 믿지 않는 CF 감독, 영화감독으로부터, 동료 연기자들로부터 ‘그럴 거면 연기자 말고 목사가 돼’라는 차가운 시선도 받았지만 그녀의 믿음을 좌절시킬 수는 없었다. 그는 “이름 때문에 술 광고나 거절해야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며 “좋은 작품을 통해서, 진실 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차분하고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 하지만 그 안에 매서운 겨울의 추위를 뚫고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숨죽였던 새순을 보게 한다. 긴 슬럼프를 뚫고 다시 시작하는 유세례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만이 가득하기를.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