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는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답변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일인지상 만인지하'라고 통칭되는 총리에 취임한 이후는 물론이고 법무장관 시절에도 국회에 출석, 의원들로부터 감정을 거스를 수 있는 '고약한' 질문을 받더라도 감정의 기복없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답변해왔다.
말수도 적어 '진중한 성격'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일각에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한다"며 '녹음기 총리'라는 비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점잔만 빼던 황 총리가 16일 답변 과정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대치 정국이 첨예하게 형성된 가운데 야당의 공세가 나흘째 쏟아지자 예상을 깨고 '핏대'를 세운 것이다.
황 총리는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교과서 문제를 놓고 때로는 거친 설전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황 총리는 오전 질의 '1번 타자'로 나온 우원식 의원과 역사교과서 문제 및 자신의 '일본과 협의해 필요시 자위대 입국 허용'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인 끝에 우 의원이 "총리 자격이 없다"며 손가락질을 하자 "그럼 (자리로) 들어가겠다"고 맞받았다.
황 총리는 오후에도 도종환 의원과 충돌했다.
도 의원이 교과서 관련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답변 기회를 주지 않자 황 총리는 "사실을 전달하려는데 말을 못하게 한다", "계속 의원님 말씀만 하지 않느냐", "제 말씀 1분만 들어보라"는 등 도 의원의 공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 의원이 "대통령이 원하는 교과서를 (총리가) 바꿀 수 있겠느냐"고 따지자 황 총리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라며 받아쳤다.
황 총리가 다소 흥분한 듯 목소리 톤을 올리자 총리실 직원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원들을 엄하게 질책할 때도 지나치게 차분해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오늘처럼 터프한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총리가 야당의 공세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반발한 것은 '역사 전쟁'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정부·여당의 해석이다.
특히 국정화 추진 배경이 현행 교과서에 대한 북한 편향적 서술도 한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공안검사 출신인 황 총리의 개인적 신념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을 대신한) 국정의 '최후 보루'로서 총리가 목소리를 높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황 총리의 강경한 대응이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도마 위에 오른 자신의 몇몇 발언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황 총리는 지난 14일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고, 또 전날에는 일본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잘못 언급해 야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신사’ 황교안,야당 공격에 핏대 세우다”...“지금 어떤 시대인데 왜 말을 못하게 하나”
입력 2015-10-16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