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받은 13세 ‘팔’ 소년 피 흘리는 동영상 논란…이·팔 선전전

입력 2015-10-16 19:39
13살 된 팔레스타인 소년이 총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이 동영상을 각자에게 유리한 선전물로 활용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또 다른 양상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중동 언론이 홈페이지에 링크한 2분20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팔레스타인인 아흐마드 마나스라(13)가 예루살렘 피스가트 지브 거리에서 두 다리가 뒤로 접힌 채 돌 바닥에 쓰러진 장면이 나온다.

총격을 받은 마나스라의 머리 주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그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다. 그 주변에 선 한 남성은 히브루어로 팔레스타인 소년에게 “죽어라”라는 고함과 함께 욕설을 퍼붓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소년은 이스라엘 경찰에 둘러싸인 채 이렇다 할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누워 있는 모습도 찍혀 있다.

이 소년은 동갑내기인 유대인 소년과 다른 이스라엘 남성을 흉기로 찌르려다가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총격을 받았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300만에 달한 이 영상을 자신들의 선전물로 활용했다.

양측은 이 영상을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논평을 내 놓으며 상대방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 군경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13살 된 팔레스타인 소년도 테러 위협이 될 수 있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의 냉혈에 처형됐다”고 논평을 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아바스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추가 테러 공격을 감행하도록 부추기려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또 마나스라가 총격을 받은 끝에 결국 숨졌다고 밝히자 이스라엘은 그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사진을 공개하며 맞섰다.

이스라엘 경찰은 마나스라와 그의 사촌, 또 다른 팔레스타인 소년 등 3명이 겁에 질린 채 달아나는 이스라엘인을 쫓아가는 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AFP 통신은 이·팔 양측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이 영상을 이용하며 '프로파간다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