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장남(신동주)이 후계자인 건 당연"...롯데 경영권 다툼 변수될까

입력 2015-10-16 19:16 수정 2015-10-16 19:2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됐던 지난 8월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을 지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창업자이자 신동주·신동빈(60) 형제의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장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걸 반발하겠다고. 지(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 후계자가 되겠다고 하면…그건 한국 풍습, 일본도 그렇지만 장남이 후계자인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건 간단한 문제야. 그걸로 시끄럽게 했다”고 답하며 웃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도 웃으며 “좋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귀가 어두운 듯했지만 의사 표현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나중에 신동빈 회장을 용서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당연히 용서해야죠. 소소한 일인데 크게 됐어요. 장남이 후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은 “롯데는 분리된 적이 없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일본 롯데의 형제간 분리 경영 체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용해 불필요한 논란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은 이날 오후 롯데호텔 본관 3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전 부회장 측이 가족 이외에 확인되지 않은 제3자를 대동하고 출입하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진, 녹취, 동영상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과연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롯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등을 국민과 약속했으며 현재 롯데에 중요한 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은 소모적인 논란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종현 홍보 담당 상무는 신 총괄회장이 이날 취재진에게 “장남(신동주)이 후계자인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신 총괄회장이 하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신 총괄회장에게 소상히 맥락을 보고하고 그때 가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