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마지막 날인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동맹 관계, 북한·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최우선 의제인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별도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이 주목된다.
노동당 창건일(지난 10일)을 앞두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해온 북한이 구체적 도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한반도 정세의 유동성이 커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시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과 같은 달 25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한미중 3국간 북핵 문제에 대한 연쇄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도 북핵·북한 문제 공동성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북한·북핵 공동성명 별도 채택 예정…새 대북 접근법·북핵 문제 진전 방안 주목 = 한미 양국이 이미 밝힌 대로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북핵·북한 문제이며 관심 사항은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예정인 북한·북핵 문제에 관한 공동성명의 내용이다.
우선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 인식을 확인하고 중국과의 협의를 토대로 북한·북핵 문제에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이런 내용을 공동성명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북핵 문제를 이른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다른 6자 회담국과 긴밀히 공조하자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 정상이 별도 공동문서를 채택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서로 채택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후속 움직임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2008년말 좌초된 6자 회담 프로세스가 재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공동성명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대화 촉진…한반도 통일구상 설명 =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차원에서는 남북 8·25 합의의 이행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예정대로 20∼26일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두 정상의 논의는 한반도에서의 대화 분위기를 촉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대북 기조를 재확인하되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 수위는 전략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1일 8·25 합의와 관련,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통일 구상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북한인권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의 이런 논의는 공동성명에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 강화…중국 경사론 불식 =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최상의 상태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동맹을 양과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에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한미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중심축" 등의 메시지로 동맹에 대한 기여의지를 밝힌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이런 동맹 기여 의지와 관련,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대내외에 과시, 지난달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열병식) 참관 계기로 다시 제기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뜻)'을 불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FTA 내실화 및 경제동맹 업그레이드…TPP 논의 주목 = 두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내실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우주 분야를 포함한 첨단 고부가 가치 분야로 넓히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을 표명하고 미국은 이를 환영한다는 기본 입장을 다시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TPP와 관련, 1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 정상은 또 국제평화유지, 기후변화, 개발협력, 폭력적 극단주의, 보건안보, 사이버 안보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 강화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뉴프런티어(New frontier)'로 불리는 이 분야는 미국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간 구체적인 협력 확대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을 포함, 양국간 전략적 협력 방안이 양국이 공동성명 외에 채택할 예정인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에 포괄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도 관심 = 이밖에 동북아 정세 차원에서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과거사와 안보·경제 협력은 분리 대응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일 양국이 미래로 나가려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현안과 관련해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측에 우리 주도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조만간 재개된다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별도로 만나 한국형 전투기(KF-X) 4개 핵심기술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직접 거론할지도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한미 정상, 첫 별도 북핵 공동성명 채택 배경…새 대북 제안 포함될듯
입력 2015-10-16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