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14일(현지시간) 집회에 한때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트럼프가 연설하던 도중 대학생들로 추정되는 히스패닉계 젊은이 여러 명이 뛰어들어 단상을 향해 “우우”하며 야유를 보내거나 항의구호를 외치며 위협하는 등의 소동이 발생했다. 출마 초기부터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성폭행범’에 비유하는 등 막말을 쏟아낸 트럼프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보호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치했다. 특히 일부 지지자들이 히스패닉계 젊은이들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침을 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험악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항의자들은 현장 경찰에 제압돼 끌려 나갔다.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 듯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괜찮다”며 “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3일 민주당 첫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들은 불법이민자들에게 헬스케어와 운전면허, 사회보장정책을 제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샌더스 의원에 대해 “그는 사회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이며 미치광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하면서 “클린턴의 처지도 이해한다. 무역협정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반대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그런 줄 아는가”라면서 “기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주요 국정 어젠다인 TPP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맞섰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이메일 스캔들’로 기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트럼프 유세장에 이민자들 난입 몸싸움 '난장판'
입력 2015-10-16 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