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단일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나흘째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총력전'을 이어갔다.
또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발언'을 반민족적 망언으로 규탄하면서 국정화 문제와 연결, 강동원 의원의 '개표 부정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국정화 저지 투쟁에만 올인하면 자칫 여당의 '이념 대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만큼 문재인 대표는 민생 행보에도 나서는 등 교과서와 민생을 동시에 챙기는 쌍끌이 전략으로 대안정당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문 대표는 이날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 최종길 전 서울대 교수 아들 최광준씨 등 유신시대 피해자들과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이곳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묵념하고 헌화했다.
문 대표는 눈시울이 불거진 채 형무소를 둘러보고서는 "이곳은 독립열사와 민주열사의 한이 맺히고 그 얼과 정신이 담긴 곳"이라며 "저는 지난 대선 때 그분들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한다"며 "독립열사와 민주열사들이 친일과 독재에 맞서서 승리했던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후손들에게 똑바로 가르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로 유신시대의 그림자를 가리려 한다며 야당이 꼭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이영교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과오를 솔직하게 사과하고 반성하지 못 할 망정 독재 국가에서나 할 국정교과서를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호권씨는 "대통령 권한을 자기 가족의 이해관계를 미화하고 자기 아버지의 역사의 죄과를 덮으려고 이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어놓은, 정말 역사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상임위원회 별로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전국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퇴근 시간 서명운동을 하는 등 반대여론을 끌어내기 위한 장외투쟁을 이어갔고 온종일 국정화에 대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함량미달 학자들이 함량미달 교과서를 만들어 함량미달 지식을 가르쳐서 결국 통치가 용이한 함량미달 국민을 육성하는 게 박근혜식 역사교육의 본질"이라고 질타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독립운동가 조부인 우당 이희영 선생 순국 83주기 추모 학술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던 중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쳐드리고 있는 것 같다"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황 총리의 '자위대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박근혜 정권발(發) 역사 쿠데타와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허용 가능성 시사는 망국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황 총리의 발언을 두고 '일본으로서는 아마 최고훈장을 주고 싶을 거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역사쿠데타 국면에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친일 반민족 언행들을 단순한 실수나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민생행보에 나섰다.
문 대표는 서울 성북구가 청년 창업자와 창업준비생들을 위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인 정릉동의 '도전숙(宿)'을 방문, 입주자들과 청년 주거와 창업 문제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화는 정부·여당이 자기들의 경제 실정을 가리고 집권세력 결탁 수단으로 악용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가야지 거기에만 매달리면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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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