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네티즌이 취업준비카페에 올린 ‘정말 솔직한 자기소개서’가 인터넷에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정직함’ 항목에선 100점 만점을 줘야할 듯 합니다.
한 네티즌은 취업준비카페의 이야기방에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쓰는 중 저도 모르게 이렇게 쓰고 있네요”라며 글을 올렸습니다. 자소서는 “제가 전공한 화학공학과 특성상, 일년에 한 번씩 직접 실험을 수행하는 실험수업을 진행합니다”라며 평범하게 시작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문장이 180도 바뀌어 전개됩니다. 그는 “재능이 있으니까 뽑아주세요 제발” “하 할 말이 없다 벌써부터 어떻게 1000자를 다 채웁니까? 인간적으로 직장 구하려고 쓰는 거지 지원동기가 따로 어디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죠.
그는 “경력사항은 개뿔, 다 경력자 찾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일을 찾나”라는 구직활동의 대표적 딜레마를 구사합니다. 이어 “개나소나 경력경력 그러는데 너네가 개나소나는 아니고 뽑아주면 잘 다닐 수 있는데 누구보다 잘 다닐 수 있는데 이걸 말로 할 수도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내는데요.
이어 “한번 잡솨봐, 한번 뽑아봐. 내가 개처럼 일할게 아니 소처럼 일할게 소처럼 일할게 개처럼 굴려죠 화장실 청소 다할게용 님들 구두 다 닦아드림”이라는 비굴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을 초월한 코리안 근무시간 제시까지 하는데요. 그는 “9시 출근이면 7시 출근하겠다, 8시 퇴근이면 10시 퇴근하겠다. 아니 그냥 실험실에서 텐트치고 자겠다. 그러니 뽑아주세요”라며 열의를 보입니다.
이어 능숙하게 ‘기승전감옥’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이끌어내죠. 그는 “이 자소서를 그대로 제출하면 경찰서에서 전화오겠지”라며 “감옥이라도 가자 밥이라도 나온다”는 응분의 결의를 나타냈습니다.
네티즌들은 “‘항공사 임원 면접에서 비행기 흉내내면서 착륙 허가 바랍니다’했더니, ‘회항하시오’라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차 회사에 취업하려고 팔 괴고 칙칙폭폭 거리며 입장하다 광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청년의 용기를 높게 평가했는데요. 당연히 청년은 이렇게 자기소개서를 쓰지 못했을 겁니다.
세계은행은 13일 “지금은 인류 역사상 청년 인구가 가장 많고, 청년 실업은 가장 심각한 시대”라는 선언을 했습니다. 보고서는 “전세계 청년(15~29세) 인구 18억명 중 지난해 기준 5억명이 실업자이거나 불완전 고용상태”라고 발표했는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청년 고용률은 41.7%, 실업률은 7.9%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20대뉴스] “다 경력자 찾으면 신입은?” 솔직한 자기소개서
입력 2015-10-1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