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씨! 봤습니까?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다고요!”
캔자스시티 로열스 팬들의 이목이 한 명의 한국인에게 쏠렸다. 주인공은 캔자스시티의 ‘슈퍼팬’ 이성우(39)씨다. 캔자스시티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하자 미국 현지 팬들은 이씨의 트위터로 실시간 승전보를 띄우며 반응을 살폈다.
캔자스시티 팬들은 15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홈경기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7대 2로 격파하고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순간 이씨의 트위터(@Koreanfan_KC)에 ‘멘션 폭탄’을 퍼부었다. 이씨에게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지금 트위터에서 부재중이다. 평소 캔자스시티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미국 현지 팬들과 떠들썩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정작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는 잠잠했다.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출국하면서다. 이씨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비행기 탑승 사진을 올리고 “캔자스시티가 아니라 중국으로 간다. 5차전을 볼 수 없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적었다. 중요한 경기를 포기하면서 중국으로 떠난 이유는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서울에서 거주하는 평범한 30대 남성이다. 하지만 미국 중부의 중소도시 캔자스시티에서는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다. 이씨는 10대 청소년이었던 1990년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청한 주한미군 방송 AFKN에서 캔자스시티의 경기를 보고 반해 응원을 시작했다. 캔자스시티는 지금까지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한 명도 배출하지 않았지만 이씨는 20여년 동안 꾸준하게 팬을 자처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8월 이씨를 초청했다. 이씨는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시구하고 안방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이씨의 특집 방송까지 편성했다. 캔자스시티가 같은 해 ‘만년 꼴찌’의 오명을 벗고 월드시리즈로 진출하면서 이씨는 ‘승리의 요정’으로 불렸다.
캔자스시티가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이날 미국 현지 팬들은 이씨를 부르며 “우리가 이겼어요” “지금 보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우리는 당신의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멘션을 보냈다. ‘이성우를 데려와’(#BringBackSungWoo)라는 해시태그도 생겼다. 이씨에게 카우프먼 스타디움의 축제 분위기를 생생히 전하기 위해 관중석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낸 팬들도 있었다.
캔자스시티는 오는 17일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7전4선승제로 챔피언십시리즈를 벌인다. 승리하면 아메리칸리그 정상을 밟고 월드시리즈로 진출할 수 있다. 캔자스시티에는 리그 2연패와 월드시리즈 우승 재도전이 걸린 라운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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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