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워싱턴서 한국 역사 행보...올바른 역사관 확립 우회 주문

입력 2015-10-15 13:24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미국으로 떠난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일정 계기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의미를 평가하고 재조명하는 '역사행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보여준 행보나 메시지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의 확립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박 대통령은 14일(미국 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제막 20주년을 맞은 기념비에 태극문양 조화를 헌화하면서 한미동맹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의미를 되새기는 살아있는 역사"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전쟁으로 시작된 한미 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회생시키는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50년만에 나사 우주센터를 찾은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행사와 '한미우호의 밤' 행사에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한 미국측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독립운동, 한국전쟁, 전후 남북대치, 1960∼80년대 경제화와 민주화 시기 등 근현대사 고비마다 한미 유대와 동맹을 강화시키며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65년전 흥남철수 작전의 주역인 로버트 루니 제독을 만나 "당신은 진정한 영웅(You are the true hero)"라며 영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흥남철수 작전은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면서 재조명을 받았고, 지난 1월 국제시장을 관람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박 대통령은 당시 "부모세대가 겪은 실제적인 생활을 토대로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잘 그렸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선 루니 제독을 비롯해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한 에드워드 라우니 장군을 향해 "퇴로가 끊어진 흥남에서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고 1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구한 위대한 주인공들"이라며 사의를 거듭 표했다.

또한, 3대에 걸쳐 한국 발전에 기여한 다이애나 두건 전 국무부 대사에겐 "조부는 조선의 독립을 도왔고, 부친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었으며, 자신은 한국의 명예시민으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1976년 북한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희생된 보니파스 소령의 미망인과 한국전쟁 기간 보육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본 조지 드레이크 박사를 거명하면서 "전쟁과 분단은 수많은 사연을 낳았다"며 "한국에는 아직도 혈육의 정을 끊고 살아가야 하는 많은 이산가족들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이 광복을 이뤄내고, 전쟁을 거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었다"며 "한미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공동가치와 이상으로 강력하게 결속돼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국 근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는 한편, 정부가 단일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담겠다는 방침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방미 역사행보가 현행 역사교과서가 주체사상과 반미정신을 담고 있으며, 미군을 점령군으로 묘사하는 등 좌편향적으로 기술돼있다는 여권 내 역사인식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