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단일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나흘째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총력전'을 이어갔다.
새정치연합은 단기적으로 20일의 행정예고 기간에 최대한 많은 '반대 여론'을 끌어내 정부 방침을 막겠다는 계획이지만,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어 장기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화 저지 투쟁에만 올인하면 자칫 여당의 '이념 대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만큼 문재인 대표는 민생 행보에도 나서는 등 교과서와 민생을 동시에 챙기는 쌍끌이 전략으로 대안정당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날 원내 정책조정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의 단일 역사 교과서 도입 시도에 대한 원내지도부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함량미달 학자들이 함량미달 교과서를 만들어 함량미달 지식을 가르쳐서 결국 통치가 용이한 함량미달 국민을 육성하는 게 박근혜식 역사교육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항복시대 만들려던 것이 실패하지 않았나.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쿠데타 일으키는데 골몰할 게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생광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의 역사관은 대체 무엇인가. 정말로 일제 치하가 우리에게 도움됐다고 생각하고 8·15 광복절은 인정은 하는건가"라고 물으면서 "역사교과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 땔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우리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어떤 예산사업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예결위에서는 민족과 역사의 이름으로 단 한푼도 역사를 왜곡하는 사업에 쓰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교과서 문제와 예산을 연계시켰다.
당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편성해서 의원들이 연쇄적으로 1인 피케팅을 하고 전국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매일 퇴근 시간 서명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여당의 단일 역사교과서 옹호 주장에 대한 반대 근거를 SNS에 배포하는 등 인터넷 여론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삭발을 통해 국정화 저지에 대한 결의를 보여주자는 의견도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날까지 교과서 문제에 집중하며 장외투쟁에 벌인 문 대표는 이날 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민생행보에 나섰다.
문 대표는 서울 성북구가 청년 창업자와 창업준비생들을 위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인 정릉동의 '도전숙(宿)'을 방문, 입주자들과 청년 주거와 창업 문제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표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우리가 또 해야 할 정책들 그리고 국회에 여러 가지 예산심의 등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화는 정부·여당이 자기들의 경제 실정을 가리고 집권세력 결탁 수단으로 악용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가야지 거기에만 매달리면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오후에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인혁당 사건 유가족 등 유신시대 피해자들을 만나는 등 교과서 국정화 저지 의지를 재차 피력할 계획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종걸 “함량미달 국민육성이 박근혜 역사교육 본질” 野, 국정화 저지 총력전
입력 2015-10-15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