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기법으로 그려낸 인간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자아찾기 김지훈 작가 갤러리도스 ‘방향성’ 10월20일까지

입력 2015-10-15 10:54
방향성
정렬
내가 있던 곳
어디로
취급주의- 갤러리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지훈 작가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표현되는 삶은 평범하지는 않다. 기계문명의 발달과 함께 하는 현대사회는 복잡다단하다. 경제적 풍요를 얻었지만 물질과 정신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갈등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는 인간성이 매몰된 현실에서 그림을 통해 질문한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그의 작업 근거가 된다. 그동안 그가 일관되게 보여준 키워드는 ‘취급주의(fragile)’였다.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학의 발달은 그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인간에게 불안을 가중시켰다.

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방향성’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마련했다.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도스(02-737-4678)에서 신작을 포함해 30여점을 선보인다. ‘정렬’ ‘어디로’ ‘취급주의 2-갤러리에서’ ‘내가 있던 곳’ 등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은 현대사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도피처라고나 할까.

새로운 환경이나 사회와 충돌하며 겪게 되는 정체성의 상실과 불안심리를 붓질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호복 안에 자신을 숨기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얼굴 없는 인물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스스로 소외되고 그런 환경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상황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인 셈이다.

작가의 작업에 관심이 가는 지점은 동양화과 출신으로 지필묵의 전통 재료를 통해 현대적 미의식을 독특하게 발현시킨다는 점이다. 박제된 산수 자연과 인간의 불안을 먹과 담채로 수묵화의 번짐과 흘림기법으로 다양하게 표출한다는 점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과 레지던시 활동으로 실력을 쌓은 덕분이다.

문명의 발달 속에서 주체를 상실하고 분열되는 세태, 자신 스스로를 취급주의해야 하는 현실, 공허하면서 무력해보이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모습. 작가는 인간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소외 등 실존적인 문제를 건드리며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에는 희망의 빛이 스며들어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