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배트는 자석?… 공짜 득점 “핵이득”

입력 2015-10-15 10:13 수정 2015-10-15 12:01

토론토 블루제이스 포수 러셀 마틴(32)의 공이 투수를 향하지 않고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의 방망이를 맞고 흐를 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텍사스 레인저스를 향해 미소를 지은 듯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중반까지 텍사스 쪽으로 기울었던 무게중심의 추는 단연 추신수의 방망이었다.

추신수는 1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원정경기에서 2대 2로 맞선 7회초 2사 3루 때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주자 루구네드 오도어(21)를 홈으로 불렀다.

추신수는 토론토의 두 번째 투수 애런 산체스(23)와 2스트라이크 2볼로 맞서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산체스의 4구째를 확인하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타격 자세를 풀었다. 하지만 타석을 벗어나진 않았다. 방망이를 손에 쥔 상태로 왼팔을 앞으로 뻗어 3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틴은 산체스에게 공을 돌려주기 위해 던졌다. 여기서 공은 추신수의 방망이를 맞고 내야로 흘렀다. 3루에 있던 오도어는 쏜살같이 질주해 홈을 밟았고,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토론토의 배터리와 코칭스태프는 볼데드, 즉 경기의 일시중단 상황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틴의 실책으로 인한 텍사스의 득점이었다.

3회초 우월 솔로 홈런을 때린 추신수의 방망이가 텍사스의 두 번째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으면 텍사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결정한 결승점으로 남을 수 있었다. 기록상 추신수의 타점은 아니었다. 추신수는 이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텍사스의 득점에 관여해 제몫을 했다.




텍사스는 그러나 행운을 오래 끌고 가지 못했다. 같은 회 말 수비에서 3연속 실책을 저지르고 자멸했다. 악송구로 이미 동점을 허용하고 이어진 위기에서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35)에게 3점 홈런을 맞아 무너졌다.

텍사스는 3대 6으로 졌다. 텍사스는 디비전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쓸어 담았지만 이후부터 3연패를 당한 리버스 스윕으로 무릎을 꿇었다. 텍사스의 올 시즌도 막을 내렸다. 토론토는 7전4선승제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결정할 챔피언십시리즈로 진출했다.

추신수의 방망이를 맞힌 실책으로 패배의 원흉이라는 낙인을 찍을 뻔했던 마틴은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틴은 “추신수가 뻗은 팔을 보지 못했다. 내 야구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없었다”며 “추신수는 타석에 있었다. 나도 이런 상황에 대한 규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결국 특별한 상황(역전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박구인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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