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자극·역사 왜곡…‘육룡이 나르샤’, 4회 만에 구설수

입력 2015-10-15 00:02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방영 4회 만에 구설수에 올랐다. 첫회부터 이인겸(최종원 분)이 아이를 갓 낳은 여자들을 납치해 새끼 돼지에게 모유를 주는 장면으로 충격을 주더니, 이제는 여자 아역 배우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방영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극 중 땅새(윤찬영 분)가 정인 연희(박시은 분)와 함께 악당의 습격을 받았다. 이때 악당 가운데 한 명이 연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벌써부터 색기가 흐른다”고 말했다. 이어 악당들은 연희를 바닥에 내던지고, “내가 먼저야”라는 등의 대사를 한다. 연희가 이들에게 겁탈당하는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악당들은 땅새에게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게 한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역이 소화하기에도, 보기에도 부적절한 장면이라는 등 해당 장면을 문제 삼는 의견이 쏟아졌다. 왜 극 중 인물의 각성에 힘 없는 여자아이가 윤간을 당하는 설정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SBS 관계자는 14일 한 매체에 “그 장면은 착하지만 겁 많은 아이였던 땅새가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신”이라며 “그래서 스토리상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으나 시청자들은 여전히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5일 방송된 첫 회부터 자극적인 장면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방송에서는 막 아이를 낳은 아낙들을 납치해 새끼 돼지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는 고대 일화집 ‘세설신어’에 담긴 3세기 중국 무제의 일화다. 다른 문헌에도 과거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는 사람의 모유를 먹은 새끼돼지 요리가 천하제일의 별미로 여겨진 탓에 이러한 만행이 벌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문제는 ‘육룡이 나르샤’의 배경이 14세기 고려 말이라는 점이다. 당시 권문세족들의 전횡과 패악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몸을 갓 푼 아낙들을 납치해 새끼 돼지에게 수유를 강요했다는 기록은 없다.

‘육룡이 나르샤’는 실제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섞어 만든 팩션(팩트+픽션의 합성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이야기를 일컫는 말)이다. 무휼이나 이방지 같은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고려 말 간신 임견미가 길태미로, 이인임이 이인겸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방원, 정도전 등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처럼 사료에 기록이 남아 있는 실존 인물을 이야기 안에 끌어들이는 상황이라면 고증의 오류를 보다 철저히 경계해야 할 터다. 창작이라는 미명 아래 대중에게 임의로 고쳐 쓴 역사를 알리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