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미국의 시리아 쿠르드 무기지원에 격분

입력 2015-10-14 22:41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으로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에 탄약을 지원하자 터키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 등은 14일(현지시간)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시리아 쿠르드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에 지원한 무기가 터키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으로 유입돼 터키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며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외무부는 전날 주터키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의 탄약 지원을 강력하게 항의했다.

미군은 지난 11일 공군 C-17 수송기를 이용해 탄약 상자를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시리아 반군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탄환을 공급받은 집단의 지도부가 충분히 검증됐으며 시리아 북부에서 IS와 오랫동안 전투해왔다고만 발표했지만, PYD는 미국이 탄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PYD의 자체 군사조직인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 하사카 주에 지원된 탄약은 50t으로 M-16과 AK-47 소총 탄약, 수류탄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관계인 터키와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의 쿠르드 무기 지원으로 충돌해 IS 격퇴전의 핵심 기지인 터키 남부 인지를릭 공군기지 사용허가 등이 지연된 바 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또 러시아도 PYD를 지원하고 있다며 주터키 러시아대사에도 항의했다고 밝혔다. 휴리예트는 러시아 역시 PYD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으나 아직 무기를 제공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미국이 지난해 이라크군에 제공한 무기가 IS 수중에 들어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무기를 지원할 때 이 무기가 나중에 누구 손에 들어갈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또 “누구도 PYD가 PKK에 무기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이 무기들이 우리 군인과 경찰, 민간인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는 PYD는 PKK와 연계된 테러조직이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PYD는 PKK와 별개 조직으로 PYD는 PKK와 달리 미국 법률에 따라 테러조직으로 지정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시리아 북부 도시 코바니에서 IS와 YPG가 격전을 벌일 당시 YPG에 무기를 지원해 터키가 반발하자 “일시적 조치로 근본 정책의 변화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지난주 IS 격퇴 전략의 하나로 시리아 온건 반군을 선별해 터키에서 훈련시켜 무장을 지원하는 계획을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으며 YPG가 주축이 된 연합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YPG는 지난 11일 지역의 자치를 위해 아랍족인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반군과 기독교도인 아시리아족 민병대 등과 ‘시리아민주군’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합군에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FSA 소속 반군 그룹 4개가 연합한 ‘시리아아랍연합’(SAC)과 ‘아시리아군사위원회’가 참여했다.

터키 정부와 가까운 언론들도 PYD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간지인 사바흐는 PKK가 터키군을 상대로 대공 화기인 스팅어 미사일로 공격하려고 PYD를 통해 입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사바흐는 터키 공군 전투기와 헬기가 PKK를 공습하자 PKK는 이런 계획을 세웠으며, PYD는 미국에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을 방어하려 한다며 스팅어 미사일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