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 정치 그만둬라” 野 “아베 역사왜곡과 다를바 없다”

입력 2015-10-14 17:28

여야는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4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문에서도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또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현행 검·인정 체제의 역사 교과서가 북한을 미화하거나 편향되게 서술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을 예로 들어 '역사 왜곡'이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교과서가 국내 교과서보다 더 역사 왜곡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송영근 의원은 현행 교과서가 베트남 파병을 '수만명의 고엽제 피해, 민간인 학살, 라이따이한 등 많은 문제를 남기게 됐다'고 쓰거나 '5·18 때 계엄 당국이 공수부대를 대량 투입해 시내 곳곳에서 학생, 젊은이에게 무차별 살상을 자행했다'고 쓰는 등 국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향·왜곡된 역사 교육은 장병에게 '우리 군이 지켜야 할 대한민국'과, '우리 군이 싸워야 할 북한'의 실체에 대해 의식적 혼란을 일으켜 안보의식과 대적관 확립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입대 장병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군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반응이 49%에 이른 적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창영 의원은 재외동포 2·3세를 대상으로 한 역사 교재를 들어 보이면서 "3·1 운동의 주 내용에 조선총독부 사진과 데라우치 총독 사진이 부각된 반면, 유관순 열사는 수형자 기록표 사진과 함께 하단부에 비중 없이 실렸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 시도이며, 이는 일본 아베(安倍) 정권의 역사 왜곡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현행 역사 교과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이 실제로 담긴 것처럼 호도하는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강창일 의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학도로서 어안이 벙벙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며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아베 정권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비판하겠느냐. 이에 앞장서는 사람은 역사의 죄인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이제 '한풀이 정치', '오기 정치'를 그만두고 미래를 위해 정치를 해달라"며 제주 4·3 사건의 진상 규명에 노력해 온 재일동포 소설가 김석범씨의 입국을 정부가 거부한 점을 들어 "유신 독재로 몰아가자는 건가. 코미디 같은 사건이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나 한심하고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백군기 의원은 "역사 교과서 논쟁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게 염려스럽다"며 '북한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한 반면, 남한에는 독재만 판친다'는 내용이나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내용이 현행 역사교과서에 담겼다는 괴담이 SNS에 퍼지는데, 이런 내용이 어느 교과서에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양국 국방부가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형 전투기(KF-X) 기술이전 문제와 방위사업비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 외교·국방 분야의 주요 현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우리 국민의 혈세 수조원을 들여 (미국에서) 무기를 사는 입장인데, 우리가 왜 '갑'의 위치가 아니라 '을'의 위치인가"라며 "KF-X 사업을 이렇게 만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손 놓고 있던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황교안 국무총리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방산비리를 거론하면서 "이제 방위사업청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며 "방사청을 폐지하고, 국방부 산하 획득차관제 신설해야 한다. 이건 국방부가 할 일이 아니라 총리나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심윤조 의원은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이 망라된 (TPP에) 우리가 참여할 적기를 놓친 건 아닌지, 우리만 소외돼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 우려가 있다"며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국제적 추세인 만큼 TPP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적극적인 교섭을 주문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