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들은 비단 미국과 유럽, 중동 국가들만이 아니다. 1600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무슬림들이 시리아 공습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시리아에 대한 자국군의 공습을 지켜보는 러시아 무슬림들의 심경을 전했다.
러시아 인구의 10% 정도인 무슬림 중에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격분하는 이들은 주로 시아파 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반대하는 수니파 무슬림이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시리아 정권 구하기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보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리아에선 다수인 수니파가 소수인 시아파 정부의 독재에 시달려온 형편이다.
현재까진 러시아 무슬림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러시아 당국이 시민의 자유로운 입장 표명을 강력하게 단속해온 것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공습이 장기화하면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셴코는 “역풍의 위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슬림 지도층은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를 장악하게 두느니 차라리 독재정권이나마 아사드 정권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 무프티(율법가)위원회 부회장 러샨 아비야소프는 FT에 “무슬림에게 상황을 정치화하지 말고 국제 테러리즘과 맞서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지도층이 전부 푸틴 대통령 편에 서 있는 것도 아니다.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온 무프티 나피굴라 시로프는 “내전에서 한쪽편에 서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무슬림 반군과 충돌한 오랜 역사가 있다. 러시아는 1859년 무슬림이 대부분인 체첸을 강제합병했고 이후로도 독립을 추진하는 체첸 반군과 유혈충돌이 계속돼 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리아 공습에 신경 곤두선 '1600만' 러시아 무슬림
입력 2015-10-14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