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와 미국 모두를 격퇴하겠다고 선언하며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시리아와 이라크 전선의 교착상태를 틈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세력을 확대하면서 탈레반과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성장, 또 다른 위협을 낳고 있다.
IS 대변인인 아부 모하메드 알아드나니는 13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러시아는 패배할 것”이며 “무슬림은 러시아와 미국에 대항해 성전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IS와 싸울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기에 이란과 러시아를 이용해 시리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다소 창의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러시아의 커넥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적어도 중동 전략에서 미국이 미약한 성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에 가깝다. 대대적인 IS 척결을 선언하고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휘둘리는 가운데 IS는 아프간까지 세력권을 확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아프간의 IS 지부가 탈레반 저항전에까지 본격 진출했다”면서 최근 2주간 벌어진 탈레반의 북부 요충지 쿤두즈 장악 정국에서 IS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불과 수백명이 투입된 탈레반군이 미군의 훈련을 받은 아프간 정부군을 연이어 제압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철수한 데는 IS의 견제가 큰 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IS는 500달러(약 57만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지불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전투병 모집에 나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지역 청소년들을 포함한 탈레반 인재풀을 대폭 잠식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슬람 저항세력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탈레반의 안마당 아프간에서 “IS가 금전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동 전쟁에 위험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허약한 신생 정부와 반복되는 테러로 혼란스러운 아프간에서 IS 입김 확대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IS와 알카에다 대응에 필요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IS “러시아·미국 격퇴할 것” 성전 촉구...아프가니스탄에 손 뻗는 IS
입력 2015-10-14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