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경도(傾倒)론’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통일 외교’의 당위성을 설파해 미국 조야(朝野)의 우려를 잠재운다면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남을 수 있다. 거꾸로 미국의 의구심을 제대로 떨쳐내지 못할 경우 또다시 미·중간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경도론이 불거진 계기는 지난달 초 박 대통령의 방중 및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한국이 중국의 외교적 술수에 말려들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들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경도론은 동북아 지역 전문가가 아닌 국제안보 등 포괄적 이슈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주로 내놓고 있다”면서 “한국의 복합적인 외교전략을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정부 또한 한·중 관계 개선을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경도론 자체가 미·중간 신(新) 냉전을 염두에 둔 보수주의 학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副)장관은 최근 강연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에 나서도록 하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고 비핵화 대화를 거부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추가적인 방어조치’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블링큰 부장관의 발언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도발 시 이뤄질 제재조치 등 포괄적인 방안을 말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시사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제대로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는 미국과 밀착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압박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특히 최근의 북·중 관계개선 흐름이 북핵 문제의 해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 정부는 당장 진전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를 진전시켜 북핵 해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미적지근한 대북 스탠스에 불만을 품은 미국 내 전문가들이 중국 경도론을 더욱 확산시킨다면, 한국은 난처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어떤 논리로 미국 조야를 설득하느냐다.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국방부(펜타곤) 방문 등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한·미·중 협력 등 ‘통일 외교’를 구체화하는 비전이 마련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박 대통령 방미 외교…미·중간 첨예한 ‘줄타기’ 예고
입력 2015-10-1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