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5일은 실명예방의 날이다. 벌써 36회째 맞이하는 속칭 ‘흰 지팡이의 날’이지만 여전히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흰 지팡이의 날’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가 시작장애인으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실명예방 기념일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있다가 후천적인 이유로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93.2%였으며 그 중 절반이 넘는 58.6%가 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질환으로 실명되어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실명질환을 제대로 알고 예방해야 한다.
대표적인 실명질환으로 알려진 3대 실명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그리고 녹내장이 있다. 3대 질환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많은 일반인들이 모르고 있는 질환들이다.
◆당뇨보다 무서운 ‘당뇨망막병증’=당뇨망막병증은 한국인의 실명 원인 1위로 꼽히고 있지만, 실제 당뇨환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은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으로 인한 불편이 더 큰데,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뇨망막병증이다.
당뇨합병증은 주로 우리 몸의 모세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눈에서는 그 중에서도 망막에 모세혈관이 많아 합병증의 위험이 더 큰 것이다. 이 질환은 당뇨를 앓자마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을 오랜 기간 동안 앓고 있는 경우 발병된다.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당뇨 환자의 90%이상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당뇨망막병증과, 증식당뇨망막병증으로 구분한다.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은 당뇨망막병증의 초기에 나타나며 망막의 중심 부위인 황반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 시력이 나빠질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시력에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식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 진행한 경우 발생하며 망막의 혈관이 약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내는 단계다. 병이 진행될수록 주기적으로 신생혈관의 출혈이 반복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신생혈관 주변에 증식성 막이 발생하고 다른 주변 조직을 잡아당겨 망막박리가 되거나 출혈이 반복되고, 결국 실명으로 이어진다.
당뇨망막병증 치료의 목표는 시력이 나빠지는 증식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증식당뇨망막병증은 망막에 손상이 심하게 와서 치료가 잘 되어도 이미 손상된 부분으로 인해 시력회복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어 망막이 손상되기 전에 혈당관리와 안과 정기검진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겪기 전에는 모르는 ’황반변성’=한국망막학회가 일반인 1784명을 대상으로 안과질환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백내장은 72.7%, 녹내장은 54.9%가 실명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황반변성은 7.1%에 불과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과 함께 3대 실명 원인 질환으로 최근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일반인 10명 가운데 9명은 이를 모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인 것이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황반변성이지만, 이는 65세 이상 노인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한 실명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시력의 90%이상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 부위인 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발생하여 황반부종이나 그 혈관에서 발생하는 출혈이 황반을 손상시켜 시력을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황반변성 초기에는 사물의 중심이나 직선 등이 휘어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악화될 경우 중심 시력의 저하가 올 수 있다.
황반변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건성황반변성은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고 그로 인해 망막이 천천히 손상되는 질환이다. 건성황반변성은 시력의 저하가 심하지 않고 진행이 느리므로 황반변성의 진행을 늦추는 루테인이나 아연 등의 영양제 섭취와 자외선 차단 등이 도움이 된다. 습성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경우로 신생혈관에서 혈액 누출이 발생하며, 신생혈관은 쉽게 파열되어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심시력이 급속하게 나빠지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실명될 수 있다.
습성환반변성의 치료에는 레이저치료와 광역학치료, 항체주사치료가 있다. 하지만 황반변성의 질환 특성상 단기간 내에 치료를 할 수 없고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혈압관리를 하듯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리 없는 실명 질환 ‘녹내장’=녹내장은 비교적 다른 질환에 대해 많이 알려진 질환이지만, 질환명만 아는 경우가 많으며 이 질환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녹내장이 실명 질환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일반인은 모르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시신경을 손상시키는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눈의 압력에 의한 기계적 손상과 혈류장애에 의한 허혈성 손상 등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손상된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하여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안압을 낮게 유지하여 시신경 손상을 막는 것이다.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수술이 있으며 녹내장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상태, 그리고 약물 순응도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녹내장인 ‘정상안압녹내장’이 전체 녹내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이 경우 원인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안압도 정상이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녹내장이 진행되어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안과검진만이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여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리 알면, 예방할 수 있는 실명 질환=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그리고 녹내장과 같은 실명질환의 설명으로 두려움이 앞설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실명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몇 가지 생활 수칙이 있다.
하루 동안 쉴 틈 없는 우리의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눈을 사용했을 때 50분에 10분 정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며, 신선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를 섭취해 눈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백내장과 다른 안질환 발병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은 반드시 사계절 내내 선글라스나 모자 등으로 차단해야 한다.
3대 실명질환 모두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질환이 진행하여 시력저하가 심각해졌을 때 이상 증상을 느끼기 때문에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명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라고 할 수 있다.
누네안과병원 김순현 원장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안과 검진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안과검진은 실명질환은 물론 당뇨, 고혈압, 갑상선질환 등 각종 전신질환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안과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15일은 흰지팡이의 날, 우리 가족이 꼭 알아둬야 할 3대 실명위험 안과질환은?
입력 2015-10-14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