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해 타협하지 않을 것” 영국 총리 사우디서 ‘태형 위기’ 노인 구명 나서

입력 2015-10-13 23:53 수정 2015-10-14 00:04
연합뉴스 제공

영국 정부가 술을 엄격히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와인을 만든 혐의로 구금돼 태형 350대를 맞고 죽을 위기에 처한 70대 영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1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우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지극히 걱정스러운” 칼 안드레(74) 사건에 개인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 법무부는 사우디 정부의 교정 관리들에게 훈련과 분석 기법 등을 제공하는 입찰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금액이 590만파운드인 이 용역 제공을 둘러싸고 영국 내에선 그간 논란이 빚어졌다.

총리실은 총리의 서한 전달과 법무부의 입찰 철회 결정은 별개임을 강조했지만 영국 정부가 안드레 구명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브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자 “인권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우디 정부나 다른 국가들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가 구명에 나선 안드레는 석유업계에 종사하며 25년 동안 사우디에서 살아왔다.

그는 지난해 8월 집에서 만든 와인 병이 차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사우디 종교 경찰에 체포돼 1년 넘게 감금 중이다.

안드레의 아들은 영국 대중지 더 선(The sun)에 보낸 성명에서 “암과 천식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350대를 맞으면 아버지는 죽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캐머런 총리가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안드레에 대한 구금 기간 1년은 이미 지났지만 그의 나이나 건강 때문에 태형 집행이 미뤄진 것 같다며 이제는 확신할 수 없다고 가족은 전했다.

매우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는 술을 가진 것만으로도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여성 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간통, 동성애, 마약 밀수 등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최소 175명을 처형했으며 사형당한 사람 중에는 18세 미만 어린이와 장애인도 포함됐다. 또 1985년 이후 처형된 2208명 중 48.5%가 외국인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