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화려한 부활··· 한국, 자메이카에 3대 0 완승

입력 2015-10-13 22:40
찍으면 뜨는 ‘슈틸리케 매직’의 이번 수혜자는 잊혀진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전반 35분 왼쪽 코너킥 상황.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자 지동원은 높이 날아올라 헤딩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2011년 9월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이후 약 4년 만에 터뜨린 A매치 골이었다. 지동원의 골 장면을 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동원은 한국의 골 사냥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슈틸리케호’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지동원의 결승골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페널티킥 골, 황의조(성남 FC)의 쐐기골을 엮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투혼과 체력, 조직력, 스피드에서 모두 자메이카를 압도했다. ‘슈틸리케호’는 이날 승리로 11경기 연속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출범 이후 16승3무3패를 기록했다.

‘슈틸리케호’는 그동안 아시아 팀들을 주로 상대했다. 지난 7월 열린 미국·캐나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준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자메이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한국(53위)에게 좋은 스파링 상대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공법으로 자메이카를 상대했다. 유기적인 공격 전개는 좋았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2분 만에 한국영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고, 전반 14분엔 황의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해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왼쪽으로 흘렀다. 전반 21분 기성용이 문전 혼전 상황에서 날린 왼발 슈팅은 상대 몸에 맞았다. 슬슬 골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전반 35분 지동원의 선제골이 터진 이후 한국의 공격은 한결 날카로워졌다. 전반 37분 황의조가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튕겨 나오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자메이카는 수비에 치중하며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한국의 뒷공간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12분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지동원이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얻어낸 페널티킥을 기성용이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다. 한국의 세 번째 골은 후반 18분 황의조의 발에서 나왔다. 지동원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린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튕겨 나오자 황의조가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황의조는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지동원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에 빠져 대표팀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맹활약하며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우리 대표팀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오늘도 우리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다해 줬다. 완벽한 승리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올해 들어 14승3무1패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공격적인 축구로 이뤄낸 성적이다. 특히 18경기 중 1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