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현장 사례1]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웃과 소통하는 ‘쌈지장터’

입력 2015-10-14 09:00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마찰,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빈부갈등 등 지역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지역 문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시작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이 가족공동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한국문화원연합회 주관으로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올해 7년째를 맞으며 성숙되고 있다.

이색 마을장터로 마을 주민들의 소통을 돕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족 프로그램으로 화목을 돕고 있는 것이다.

주말이면 동네마다 갖가지 물건들을 사고파는 주민들로 떠들썩하다. 평소 교류가 없던 이웃들도 마을장터를 이용하며 대문 밖으로 나와 소통하고 즐긴다.

안 쓰는 물건들을 옆집 아줌마에게 저렴한 가격에 내다 팔기도 하고, 평소 필요했던 물건들과 맞바꾸기도 한다. 장터 한편에서는 동네 음악단이 공연을 자유롭게 펼치고 아이들은 길거리 음식을 먹어볼 생각에 잔뜩 신이 났다.

장터에는 직접 만든 손지갑부터 가방, 팔찌, 천연비누, 인형, 장난감 등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다섯 살 꼬마 아이들도 이 날 만큼은 어엿한 상인이 된다. 장터에서 나온 수익금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 쓰이기도 하고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되기도 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올해 처음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양평 맥케이펄스. 맥케이펄스가 참여하고 있는 두물머리예술나루터에서는 예술가의 공연과 프리마켓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오는 10월 말 개최를 앞두고 있는 양평 프리마켓은 양수역을 중심으로 한 동네 산책로에서 길놀이음악극, 둘레길 음악제, 벼룩패션쇼, 둘레길라이브아트, 예술체험, 길거리 음식 판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마을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고 서로의 소장품을 물물교환하는 장터의 성격에 각종 공연과 쇼를 접목한 프리마켓형 공연은 단순히 무엇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장터에서 나아가 주민들이 함께 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싱어송라이터교실 학생들과 타악기교실 수강생, 양서면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의 이야기를 길놀이로 풀어가는 것으로 프리마켓은 시작된다.

자연소재 악기로 연주한 신선한 스타일의 인디음악이 어우러지며 장터축제의 흥을 더할 예정이다. 다른 한편에 마련된 숲 도서관에서는 주민들이 가지고 나온 헌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둘레길 산책로를 따라서는 동네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주민들이 직접 모델이 되는 ‘용빠 패션쇼’도 특징이다. 용이 살았던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용담리’를 상징하는 용을 주제로 주민들 스스로가 패션쇼 기획자가, 모델이 되어 화려한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다. 패션쇼에 사용되는 옷과 소품들은 모두 주민들이 장터로 가지고 나온 헌 옷과 액세서리. 즉석에서 공수한 헌 옷과 액세서리가 화려한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할 모습이 기대된다.

올해로 생문공 사업 2년차에 접어든 전북 전주의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는 마을은 ‘2014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예술가가 살고 싶은 서학동 예술마을’ 프로젝트로 선정, 주말이면 소소한 마을장터를 열고 있다. 이 일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예술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예술가가 살고 싶은 마을, 주민과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그 취지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서학동 토요문화장터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린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장터는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이 직접 나와 직접 준비한 물건들을 팔고 나누며 함께 소통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마을 사람들과 예술가가 함께 어울리는 토요문화장터에서는 서학동에 거주하는 예술가와 주민이 일상을 서로 나누며 마을공동체로서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을 팔기 때문에 꽤나 다양한 물건과 새로운 소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에 묵혀있던 다양한 옷부터 아이들 장난감, 직접 만든 손인형, 베테랑 주부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까지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판매된다. 뿐만 아니라 서학 토요문화장터에서는 지나는 길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어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

경북 칠곡의 부영새마을도서관 앞마당에서도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5살 어린 아이들부터 많게는 중학생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양손가득 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장터로 모인다.

부영아파트 내 부영새마을도서관 앞에 자리를 잡은 꼬마상인들은 도서관에서 빌린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꾸러미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 진열한다. 꾸러미 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학용품, 책, 옷가지 등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가득하다.

꼬마 상인들을 위해 마을에서는 간식 쿠폰을 제공한다. 간식 쿠폰을 이용해 꼬마 상인들은 음료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상인이 되어 물건을 팔거나 구입하는 것도 신선하지만 보다 특이한 점은 장터에서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 현금으로 구입한 쿠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품을 구매하기 전 현금으로 교환한 쿠폰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장터가 모두 끝나면 꼬마 상인들은 받은 쿠폰을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노동의 가치와 화폐의 의미에 대해 배운다.

판매 수익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 기부할 수 있다. 수익금을 제일 많이 기부한 꼬마 상인은 영예의 ‘기부왕’ 자리를 꿰찰 수 있으며 모인 기부금은 칠곡군의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아간다.

마을만들기 연구컨설팅기관 ‘코뮤니타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시행한 마을은 그렇지 않은 마을보다 주민 교류가 2배 가까이 더 많았으며 공동체 소속감과 자긍심도 67.7점으로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마을의 54.7점보다 높았다.

이들 쌈지 장터들은 주민들의 물건 뿐 아니라 마음까지 나누며 서로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문화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