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첫날, 격론 벌어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입력 2015-10-13 17:30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답변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신독재를 부국 초석을 놓는 과정으로 가르치려는 것 아니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 질의에 “그런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어 역사왜곡 우려에 대해 “다수 전문가를 (한국사 교과서) 편집위원으로 위촉하고 집필진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역사에 근거한 교과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현행 검·인정 체제의 한국사 교과서 문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황 총리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6·25전쟁에 대해서도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도 책임이 있다고 서술돼 있고, 당시 남한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만 소개하고 북한군의 학살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역사교과서가 많은 왜곡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정부질문 첫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집중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친일·독재 미화를 우려하며 군사작전하듯 추진되는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백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일본 아베(신조)정권의 역사 왜곡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겠느냐”며 “총선에서 친일·보수 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솔직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총리는 “5·16이 쿠데타이냐, 혁명이냐”고 거듭 따져 묻는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에게 “제 답변이 다른 논쟁이 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헌법 가치에 충실한 공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만 답했다. 이 의원이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황 총리의 답변을 계속 요구하자 새누리당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황 총리는 “어떤 국가, 정부도 하나의 사상을 주입할 수 없다”는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의 주장에 “우리 대한민국에는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사상의 자유가 외부로 표출되는 순간에는 법적인 제재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은 “유엔이 2012년 정부의 역사교육 개입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황 총리는 “안보상 많은 위협을 수시로 받는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유엔의 권고라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좌편향’된 현행 교과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방어막을 쳤다. 조해진 의원은 “지금의 역사교과서 시장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완전히 쫓아내서 잘못된 교과서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라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데 국론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야당이 예산안을 비롯한 산적한 현안과 연계해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