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 ‘법정시한내 획정안 제출 무산’ 입장 발표...독립기구 무색했던 활동

입력 2015-10-13 16:17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발표를 하며 사과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포기했다.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않고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달라”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여야는 여전히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에도 합의하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할 법정기한(10월 13일)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 간 의견 불일치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내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주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했다.

획정위는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획정 기준과 의원 정수 부분을 합의해 획정위에 넘겨준다면 다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획정 기준이 넘어 오더라도 향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획정위는 지난 8일 ‘11시간 마라톤 회의’를 포함해 닷새 동안 네 차례 회의를 열었다. 법정 기한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 방안에 대해 획정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강원·전남·경북 지역 의석 배분과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 방안을 확대 적용하는 문제가 쟁점이었다.

각 쟁점마다 여야 추천 위원들이 반쪽으로 갈려 대립했다. 다수결 의결에는 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결 강행도 불가능했다. 사상 처음으로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가 여야의 압력에 휘둘리면서 ‘무용론’이 나왔다.

획정위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여야의 선거구 획정 논의는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선거구 획정 국회 처리 시한인 다음달 13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의원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13석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을 수개월간 되풀이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대로 유지하면서도 농어촌 지역에 배분할 의석을 5~6석 가량 확보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 방안을 거부하는 의도가 뭐냐”고 공격하고 있다. 조만간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복안’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이 그 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