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와 KKK의 ‘역사적 화해’ - 남부군 부조상 위에 ‘자유의 종탑’ 추진

입력 2015-10-13 15:50
스톤마운틴 전경과 산 가운데 남부군 지도자 부조상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했던 남부연합군 지도자들의 부조상이 있는 미국 조지아 주 스톤마운틴 공원에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1929∼1968년) 목사의 기념물을 세우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미 일간지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은 11일(현지시간) 스톤마운틴 공원을 운영하는 스톤마운틴기념협회와 흑인 민권운동 단체가 힘을 합쳐 킹 목사의 기념물을 산 정상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지아 주도 애틀랜타 도심에서 동쪽으로 25㎞가량 떨어진 스톤마운틴은 세계 최대의 화강암 공원으로 연간 4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122m 높이에 있는 바위산의 측면에는 남북전쟁 때 북군(연방군)에 대적한 남부연합군의 영웅인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토머스 스톤월 잭슨 장군 등 3명을 기리는 가로 57.9m, 세로 27.4m 크기의 부조상이 있다.

스톤마운틴기념협회는 이 부조상 위 산꼭대기에 ‘자유의 종탑’을 세우고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구절인 ‘내겐 꿈이 있습니다’와 ‘조지아 주의 스톤마운틴에서 자유가 울리게 하라’라는 문구를 함께 새길 계획이다.

스톤마운틴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이 노예 해방 후 흑인을 습격하기 위해 집결했던 곳이어서 ‘KKK의 본산’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이곳에 흑인의 자유를 설파하다 피격당한 킹 목사의 기념물이 들어서는 것은 양자 사이 ‘역사적 화해’를 의미한다.

스톤마운틴기념협회 빌 스티븐스 최고경영자는 “2년 전 킹 목사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 50주년을 기념해 민권 운동가들과 만나 자유의 종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념협회는 주차료와 입장료를 활용해 남북전쟁 당시 흑인 병사의 모습을 영구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은 이미 공화당 소속인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의 승인도 받았다.

킹 목사와 남부군 지도자의 ‘역사적 화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킹 목사와 인권 운동을 함께한 조지프 로워리 목사는 “딥 사우스(보수적인 남부)를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놀라운 발상”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남부연합군의 자손’ 조지아 지부장인 팀 필그림은 “정부가 킹 목사의 기념물 위에 남부군 지도자의 부조상을 올리라면 킹 목사 지지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모욕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이 전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