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A씨는 2011년 9월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필리핀 국적의 신부(新婦) B씨를 맞이했다. A씨는 중개업자 정모(여)씨에게 2400만원을 지급한 뒤, 필리핀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혼인신고와 비자 문제 등 절차를 마친 A씨 부부는 다음해 7월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A씨의 결혼생활은 두 달도 채 가지 못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부부 관계를 거절하던 아내 B씨는 급기야 입국한 지 56일 만에 집을 나가버렸다. 가출한 B씨는 한국에 계속 거주했지만 남편인 A씨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A씨는 “필리핀 아내에게 실제 결혼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중개업자 정씨가 알고 있었다”며 중개비 2400만원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6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모두 “중개업자인 정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신부에게 결혼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정씨가 이미 알고 있었다거나, 주의 깊게 살펴봤다면 결혼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리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계약이 해지됐다고 봐야 한다”며 정씨가 중개비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부장판사 박인식)는 A씨가 정씨를 상대로 낸 국제결혼피해사기 및 횡령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인 신부를 한국인 남성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 계약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며 “중개비 2400만원 가운데 비용과 보수에 해당하는 1500만원을 제외한 9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입국 56일 만에 가출한 외국인 신부... 법원 “중개업자 배상 책임 없어"
입력 2015-10-13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