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장관은 10월 12일(월) 오후 2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하였음.
이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 4항을 위반하는 것임. 1992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제도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국정교과서 제도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 정형화하기 쉽고 다양한 사고방식 개발을 억제할 위험이 있고,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2013년 10월 제68회 UN총회에서 통과된 “교사의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보장하고, 역사학자의 역사교과서 내용 선택권을 보장하며, 정치적 필요에 따른 역사교과서 선택을 배제” 하도록 한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에 관한 권고」에도 위배되는 것임.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의 암울한 시기를 지나면서도 어렵게 자유와 인권, 그리고 다양성의 가치를 성취해 온 성숙한 우리 사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시도임이 분명함.
광복 이후 우리 사회는 부끄러운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떳떳한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매진해왔고, 역사 교육에서도 더 이상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하지 않으면서 한국사를 보다 보편적 가치 위에서 균형있게 사고하는 역사의식을 키워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음. 광복 직후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체제로 유지되었던 것은 이러한 인식을 공유한 데서 기인했던 것임.
그러나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국정교과서 제도가 등장하면서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다시 정치에 종속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고, 그 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화 열망이 발현되어 한국사교과서가 검정체제로 전환된 것은 우리 사회의 회생 능력을 보여준 큰 성취의 하나였음. 이는 역사가 더 이상 정치논리에서 좌우되지 않도록 하고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음.
현재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는 북한, 몽골과 몇몇 이슬람 국가들뿐임. 국정교과서는 정권 유지를 위한 사상통제의 방편으로 활용되어 왔음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경험하였음. 일제강점기의 역사교육이 그러했고, 박정희정권의 유신체제 역사교육이 그러했음.
하나의 교과서를 강요하는 건 국정교과서의 내용에 관계없이 사회 전반에 전체주의적?획일주의적 발상을 확산할 뿐이고,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세계관, 다양한 사상의 형성에 역행하는 것이 분명함.
그럼에도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10월 12일 행정예고를 통해 역사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대학 교수와 중?고교 교사는 물론이고 여러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여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야기하고 있음.
더욱이 교육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기존 한국사교과서의 내용을 왜곡하는 몰상식도 주저하지 않고 있음. 예를 들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관련 교과서(금성출판사, 천재교육, 두산동아 등)에서는 “주체사상은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고 분명히 기술하고 있음. 또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오해하도록 기술”했다고 하였으나, 관련 교과서(미래앤)에서는 “한국전쟁의 발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
이러한 사유만으로도 황우여 장관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할 것임. 이에 이종걸 의원 등 의원 128인은 헌법 제63조 규정에 따라 국무위원(교육부장관 황우여) 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함.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전문]황우여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
입력 2015-10-12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