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자 중국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이례적으로 ‘북한을 모욕말라’며 계도에 나섰다.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중국 인터넷에서 북한 열병식을 조롱하는 목소리와 비우호적 표현들이 일부 등장했다며 심지어 “한국, 미국, 일본 등 조선(북한)을 가장 적대시하는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더욱) 거슬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의 이같은 조선에 대한 공개적 책망은 결코 본인들의 존엄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대북 태도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한 중국과 북한은 일정한 차이가 있고, 중국과 비교해 북한이 더욱 많은 어려움에 놓여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모욕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특히 “중조(중국과 북한) 사이에 핵 문제를 둘러싼 엄중한 갈등이 발생했지만 일부 중국인이 ‘압록강 건너편’(북한)을 조소하고 모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면서 “오만과 편견은 대부분 무지와 단견에서 비롯된다”고 질타했다.
북한 열병식이 열린 지난 10일을 전후해 중국 인터넷에서는 북한을 비난하고 비꼬는 글들이 온라인 상에 범람했다. 북한 여군들의 검무와 군인들의 ‘거위걸음식 행진’에 대해 “서커스같다”고 비아냥대거나 “조선 군인의 가장 큰 임무는 열병식이고 두번째가 휴전선 경계근무다. 그 다음은 해상에서 중국 어민을 상대로 강도질하고 접경 지역에서 (중국) 농촌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이라는 비난들이 등장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곤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스스로에게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동북아가 여전히 냉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한반도가 최후의 냉전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계속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보면 국가안전에 대한 조선의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며 “중국이 개혁·개방을 향해 나가갈 때도 국가안전에 대한 자신감은 (개혁·개방에 대한) 전제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같은 보도는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형성된 ‘북중 관계의 정상화’ 분위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중국 내 ‘北열병식 조롱’에 관영매체 이례적 ‘훈계’
입력 2015-10-13 0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