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경건은 없어지고 경건의 모양만

입력 2015-10-13 13:23

솔로몬이 성전을 완성하고 사독의 아들 아사리아는 제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자손은 사두개파라고 하여 제사장직과 지도층의 요직을 세습적으로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부활도 안 믿고 성경적 깊이도 찾아보지 못하는 종교 권력가로 등장하게 된다. 말라기 기자는 이 종교 지도자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하나님께 돌아올 것을 간구하고 있다. 신약에서도 그들은 권력과 명예, 돈에 관심이 있는 집단으로 간주된다.

예수님을 못 박은 제사장 계급의 행위는 경건을 위장한 바리새파보다도 더욱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제사장을 맡다 보니 권력과 금력에 마취되어 실제 중요한 영적 권위를 져버렸던 것이다. 예수님 당시 에세네파, 열심당파, 바리새파 등보다 지도층에 있기는 했지만 경건은 없어지고 경건의 모양만 갖고 있는 제사장이 되고 말았다.

예수님이 성전에 올라가셔서 돈 바꾸는 자, 비둘기 파는 자에게 ‘아버지의 집을 장사꾼의 더러운 장소로 더럽히지 말라’고 하시며 대노하셨을 때 예수님은 무릇 장사꾼들만 나무라셨을까? 아니다. 그들 뒤에 있는 종교 사업가 제사장과 그 권력자들에 분노하셨다.

그 권력자들이 예수님을 보고 위험한 인물로 간주하여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을 더욱 빨리 결정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P장로라는 분이 우리 교회에 자주 설교하러 오셨다. 내가 나가는 교회는 장로교 중에서도 보수를 자인하는 교회다. 그 P 장로가 교회에 오면 많은 환자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가 안수기도를 할 때에는 모든 교인과 고질병 가진 환자들이 울고불고 야단이었다. 그리고 병이 나았다며 할렐루야 소리가 들리곤 했다.

특유의 바람 소리 ‘샤샤샤’를 내면서 지나갈 때엔 온 교회가 들썩였다. 그리고 P장로가 한강 백사장에서 집회할 때엔 흰 옷 입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할렐루야를 외쳤다. 그리고 얼마 후 감람나무 소리가 들리면서 우리 집에는 S촌의 카스텔라나 간장 등을 팔러 오는 아줌마들이 생겼다.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예수님 행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분이 처음에 성령을 받고 그 성령이 떠나고 나니 경건의 모양만 남아 권세와 영광과 돈에 마취된 종교 사업가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 좋은 분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경건은 없어지고 모양만 남은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처음엔 무릎 꿇고 기도하여 대형 교회를 이루었다가 돈과 명예 때문에 경건의 모양만 남은 목회자는 혹시나 없는지 말이다.

하나님만 따르던 초년의 그 경건과 믿음은 사라지고 쓸쓸한 영적 패배자로 남아 있는 분의 모습을 보면서 애처로움을 느낀다. 또한 처음부터 종교사업가를 자청하고 있는 CEO 목회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영적 자양분을 받아야 하는 교인들을 생각하면 슬픈 마음뿐이다. 성령이 떠난 채 목회를 하는 목회자에게서 훈련을 받은 교인도 결국 그와 똑같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교인은 많으나 신앙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많은 사람을 접해 보면서 느꼈다. 교단 따라 신앙이 다르고 목회자 따라 신앙이 제각각인 우리 성도들을 보면 애처로울 따름이다.

주님은 하나인데 믿음은 왜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노인이 되어 신앙은 더욱 단순해지고 아멘만 남은 교인들을 보면서, 왜 이들에게 젊었을 때 성경 말씀을 더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그들을 가르치지 않은 목회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무어라 말씀하실까?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다.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서 경건과 말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놓치면 결국 아멘 교인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어제 존경받던 사람도 세월이 지나 변질될 수 있으나, 성경 말씀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경 말씀을 배우는 데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겠다.

우리가 처음 믿을 때의 그 감격,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리하여 교회의 지도자 된 사람은 더러운 이익을 취하려 하지 말고 오직 즐거운 뜻으로 임하며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어야 한다. 경건의 모양만이 아닌 경건의 본질을 회복하여 거룩한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 영광의 면류관을 얻도록 기도하자.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