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선거구 획정, 농어촌에 이어 권역별 세력 싸움까지 가세

입력 2015-10-12 13:26

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획정이 '제로섬 게임' 양상을 띄면서 국회에서 권역별 지역구수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남 대 호남, 영호남 대 충청, 강원 대 경북 등 곳곳에 전선이 어지럽게 형성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생겨난 까닭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으로 수도권에서 9석 안팎이 늘고 농어촌이 9석 안팎이 줄 수밖에 없게 됐는데도, 여야가 일찌감치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놓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선거구획정위가 지역구 의원수를 246석 현행 유지로 맞추려다보니 '사라져야만 하는 선거구의 총량'을 어디서 채울지를 놓고 권역별로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어디선가 의석이 늘면 반드시 다른 곳에서 그만큼 줄어야 하므로 서로 '물고 물리는'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농어촌에 일부 의석을 배려하기로 결정해도 그걸 누가 가져갈지 또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선거구획정 정국에서 '농촌당'으로 뭉쳐서 "농어촌을 배려해달라"고 외치며 연대했던 영·호남 의원들은 수면 아래에서는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선거구획정위의 246석 시뮬레이션 결과 영남은 -3석(경북 -2석, 경남 -1석), 호남은 -5석(전북 -2석, 광주 -1석, 전남 -2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영남과 호남 의원들은 각 권역에서 한 석이라도 덜 줄도록 하려고 이미 선거구획정위 논의 단계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호남보다 인구수가 많은데 왜 국회의원은 5명이나 적어야 하냐"고 헌법소원까지 냈던 충청도는 선거구획정 논의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충청권은 이번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헌법소원을 냈던 점이 고려되기는커녕 오히려 영호남 농어촌 문제만 부각돼 '뒷전'으로 밀려났을 뿐더러, 한 석이 순증할 것으로 예상됐던 충남에서 영호남 지역구 사정 때문에 한 석이 오히려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충청 지역에 불이익이 생기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원 지역의 경우도 영호남과 연대해 농어촌 지역구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대구경북(TK) 의석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따라 감소 의석이 1석이 될지, 2석으로 늘어날지가 달라질 수 있어서 내심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구수 10만∼11만명가량의 농촌 지역이 밀집돼 있는 경북은 최소 2석, 최대 4석까지 줄 수 있는 등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경북이 최종 몇 석 주는지에 따라 충청권 의석 증원이 어려워지거나 강원에서 두 석을 줄여야 할 수 있어서다.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올 시기가 임박해지자 국회에서는 권역별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이병석 위원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TK 의원 10여명은 12일 오전 국회 인근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경북 지역의 농촌선거구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오후에는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이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충청권 의석수 증설 관철을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2일 새정치연합의 전북·전남 지역구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를 찾아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이 밀집한 호남지역 의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