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총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흑인 소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미국 검찰이 ‘합당한 법집행’이라고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주 쿠야호가 카운티 검찰은 지난해 11월 클리블랜드 시에서 발생한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12) 사망 사건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소견을 발표했다.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콜로라도 주 덴버 지역의 검사보 2명으로 이뤄진 외부 전문가들은 라이스를 사살한 경관의 행동이 타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밝혔다.
티머시 로먼 경관은 지난해 11월 22일 공원에서 ‘누가 총을 휘두르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해 비비탄 총을 만지던 라이스에게 두 차례 총격을 가했다. 라이스는 이튿날 병원에서 숨졌다. 경찰은 손을 들라는 명령을 듣지 않고 라이스가 총을 잡자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백인 경관의 잘못된 공권력 사용으로 흑인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잇달아 터지던 중 나온 라이스 사건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로먼 경관을 범죄자로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자 검찰은 외부 전문가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11개월 만에 로먼 경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은 당시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 등을 통해 경관이 벌인 행동의 합헌성 여부만 따졌을 뿐 공권력 사용 과정에서 경찰의 지침을 어겼는지는 살피지 않았다.
티머시 맥긴티 쿠야호가 카운티 검사는 조사 결과를 경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카운티 법원 대배심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타미르의 유족과 변호인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유족은 성명을 내고 “검찰이 지난 11개월 동안 경관의 책임 입증을 기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유족과 변호인들은 특히 외부 전문가가 경찰 쪽으로 기운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법원의 로널드 애드린 판사는 지난 6월 로먼 경관 처벌을 주장하는 인권 활동가들의 질의에 대해 ‘살인, 과실치사, 미필적 고의로 말미암은 살인, 부주의로 인한 살인, 직무유기 혐의를 받을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증거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대배심이 애드린 판사의 권고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미 검찰, 비비탄총 소지 10대 흑인 사살한 백인 경관 손 들어줘 '논란'
입력 2015-10-12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