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대 성적장학금 폐지한다

입력 2015-10-11 23:52

고려대가 내년부터 ‘줄 세우기식’ 성적 장학금을 폐지한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각종 형편 때문에 학업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기금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장학금을 지급할 땐 가계소득만 기계적으로 따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다양한 사정을 참작한다. 이를 위해 장학금심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

고려대는 이런 방향으로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14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이 내용을 골자로 한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한다.

새 장학제도는 ‘포상’의 의미가 강한 장학금을 학업 보장을 위한 재정 보조 수단으로 확립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기존의 일률적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였던 학생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려대는 장학금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그 사정을 소명하는 증빙 서류를 갖춰 직접 신청하게 할 계획이다. 장학금 지급 여부와 규모는 새롭게 설치하는 장학금심사위원회에서 신청자의 경제적 여건과 학업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고려대는 획일적 기준에 의존하지 않고 수치로 비교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사정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학교 성적이나 가계소득으로만 재단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제시한 10개 소득분위로 지원 대상을 가른다.

학업 의지 확인 차원에서 최소한의 성적 기준은 둘 것으로 보인다. 또 우수학생을 유인하기 위해 입학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과별 특성에 맞춘 장학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학과마다 학생 수 등에 맞춰 예산을 배정하고 각자 재량껏 장학제도를 운영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도 경제적 지원이 꼭 필요한 학생에게 장학금이 쓰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고 규정 변경과 전산화 등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새 장학제도는 바로 다음 학기인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한다.

강창욱 박세환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