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역사 교과서 바로잡기’ 당정협의를 가졌다. 교육부의 국정화 전환 발표 하루 전 한자리에 모여 전열을 가다듬은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당정이 일치단결한 모습이지만 야권의 대대적인 공격을 최전선에서 방어해야할 새누리당은 속내가 복잡하다.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노동개혁과 민생법안, 예산안 처리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원죄론’까지 끌어들인 與=당정협의를 주재한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은 국가 존립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며 “역사 교과서가 좌파세력의 이념도구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아름답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분열과 대립에 근거한 계급투쟁을 배워야 하느냐”며 “학생과 학부모의 한국사 교과서 단일화 요구는 수능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지지를 이끌어내 야당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노무현정부 시절 역사 교과서를 검인정 체계로 바꾸면서 편향성과 혼란이 예상됐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죄 반성은커녕 장외투쟁, 예산안 연계 등 정치쟁점화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인 조전혁 전 의원도 “‘역사 쿠데타’ 하신 분은 사실 노 전 대통령”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라는 게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실한 실패한 역사’라고 폄훼했다”고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선 입을 다물었다.
새누리당은 국정 교과서로의 전환이 비뚤어진 역사 교육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태세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역사교과서 논쟁은 국정화가 아닌 ‘정상화’ 논쟁”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교과서개선특위는 정부 고시 기간 중 세미나와 공청회를 열어 여론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 대안으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건 논리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논쟁이 불붙으면 여권의 최대 과제인 노동시장 개혁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야권이 총결집하고 있어 ‘속도전’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화 총력저지 나선 野…장외투쟁은 않기로=새정치연합은 황 부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비롯해 예산안 심사 연계 등을 통해 국정화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의사일정 ‘보이콧’이나 장외투쟁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교과용 도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이 아닌 별도 법률로 규정토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처리 등 입법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여론전도 이어가고 있다. 유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이 언급한 ‘자학의 역사’는 일본 극우집단의 역사인식과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정말 경악한 일이고 참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트위터에 “역사 국정 교과서는 OECD국가 중에선 없다”며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 북한이 하고 있고 우리나라 유신독재 때만 했다”고 했다.
권지혜 전웅빈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 앞두고 전열 가다듬은 당정, 대국민 여론전 본격화
입력 2015-10-1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