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국정화 찬성" 입장 표명, 진보 성향 단체들은 거센 비판

입력 2015-10-11 17:11
당정 협의를 통한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본격화된 가운데 입장 표명을 유보하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국정화 찬성 쪽에 가세했다. 진보성향 단체들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정부의 국정화 강행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교총은 11일 개최한 전국 시·도교총 회장 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총은 “‘역사학이 아닌 ‘역사교육’적 관점에서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 함양과 역사교과서 내용 정립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교총은 지난 5∼9일 교총 대의원회·지역교총 회장과 사무국장, 학교 분회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599명 중 62.4%가 국정화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날 국정화 찬성을 공식화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교과서 집필 기준과 내용·방법 등을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필진은 이념적으로 편협하지 않은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가진 각계 전문가들로 꾸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계기로 ‘대한민국 역사 바로 알기 및 바로 세우기 전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은 국정화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국정화 추진을 중단을 요구하며 “정부는 역사를 장악하려 하지 말고 더 다양한 역사 관점을 어떻게 교육 과정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이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전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 교과서가 사회적 다원화를 지향하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글을 올리며 “국가가 개입해 교과서를 획일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발행 추진이 여권 내 ‘전략파'가 생각하는 유리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도 진단했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민주화 수준에 상응하는 ‘다원화' 과정에 있는데 퇴행적인 국정교과서 추진이 격렬한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교과서 추진이 ’블랙홀'이 되어 다른 의제들을 압도하고 사회 전체가 불필요한 갈등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여권이 예상하는 효과의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섰다. 가칭 ‘한국사 국정교과서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 소속 중·고생 10여명은 이날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인사동 거리를 거쳐 정부종합청사까지 행진했다. 오후에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해치고 역사를 왜곡할 국정 교과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선언을 모아 다음 달 3일 학생의 날까지 거리에서 행동을 계속 펼칠 것이며 교육부가 국정화 결정을 강행한다면 학생들의 힘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12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추진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