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대학살 문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재현된 유네스코판 한·중·일 역사전쟁

입력 2015-10-11 17:28
중국의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는 이번 등재대상에서 빠졌지만, 우리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기록 등의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한·중·일 3국이 유네스코에서 벌이는 역사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10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가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린 난징대학살 문건 등 60여개국 신청 47건의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새로 등재했다.

이번에 등재된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는 1937년 12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 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자료에 난징대학살 당시 3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난징군사법정의 자료를 포함했지만, 일본은 그동안 희생자 수가 정확하지 않다며 중국 측에 등재 신청 취소를 요구해왔다.

등재 발표 직후 일본 외무성은 가와무라 야스히사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이 안건은 견해 차이가 있음에도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신청된 것이며 완전성과 진정성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면서 “(등재는) 중립적이고 공평해야 할 국제기구로서 문제가 되는 일이기에 극도로 유감스럽다”고 다소 격앙된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력 방식에 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이 향후 세계 2위인 유네스코 분담금을 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명백히 무장 해제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학살을 자행한 난징대학살이 피해자 수가 정확히 얼마건 간에 일본으로서는 부끄러운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익들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사안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적 사실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물타기’를 시도해왔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태도는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유네스코의 정상적 업무에 대한 간섭과 무도한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다음주 일본을 방문해 중·일 간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