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 핵도 도발도 없이 끝났다

입력 2015-10-11 17:33
북한의 전략적 도발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우려됐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가 비교적 ‘조용하게’ 끝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3년여만의 육성연설에서 북핵을 언급하지도, 파괴력 있는 신무기를 내놓지도 않았다.

대신 집권 이후 대규모 숙청으로 다잡은 권력 안정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김정은 북한’시대를 선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일체의 도발을 미룬 것도 북·중 관계 회복을 지렛대 삼아 미국 등 대외관계 개선에 나서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폐쇄 일변도로 치달았던 북한의 대외관계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10일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드러낸 전략무기는 탄두가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였다. 눈에 띄는 다른 신무기는 없었다. 북한조선중앙방송은 “다종화·소형화 핵탄두 탑재 로켓”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미사일의 변형 형태이며 완성된 무기는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 김 제1비서의 축하연설에서도 북핵 및 장거리 미사일 등 무력 도발 가능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 용어를 ‘경제·국방 병진노선’으로 변형해 사용했다.

이처럼 4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등 위협을 가했던 지난달과 달라진 북한의 태도 변화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집권 4년차를 맞아 그동안 다져온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대내외 위상과 관계를 정립해 실질적인 체제 출범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중 관계 회복 노력을 널리 알린 것이 그 첫 수순으로 보인다. 북핵 등 민감한 발언을 삼간 것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대표단으로 고위급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내세운 것도 이런 공감대가 바탕이 됐을 개연성이 크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7일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청했다고 밝혀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행사에서도 과거 열병식에 등장했던 ‘핵 배낭’과 ICBM을 개조해 선보였을 뿐 새로운 전략 무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북한은 이번 행사에서 원론적인 반미 입장 외에 미국과 국제사회, 남측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더 이상 인민들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 ‘대외관계를 적극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