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멘디니 "행복주는 전시 보러 오세요"

입력 2015-10-11 14:28

와인 오프너 ‘안나지’는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84)가 발레리나인 여자친구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춤추는 여성을 연상시키는 안나지는 일상 물건이라도 디자인을 입히면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멘디니의 40년 작품 인생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다.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 예술가인 멘디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생활용품부터 가구, 회화, 모형으로 제작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총 6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디자인으로 쓴 시’다. 아시아 최초 전시다.

8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내가 지향하는 것은 유토피아적인 건축물과 디자인”이라며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주는 작품을 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렬하고 풍성한 색채감각, 점묘파를 연상시키게 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색과 점의 축제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멘디니는 건축분야에서 일하다 1970년부터 모도, 카사벨라, 도무스 등 3대 건축 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89년에는 건축가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설립하고 예술, 가구, 건축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후쿠이 공룡박물관, 그로닝거 미술관 등 건축물과 공공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으며 카르티에, 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 기업과도 협업해왔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한샘, 한국도자기 등과 작업했다. 전시회에는 산업 디자인 제품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도 다수 내놓았다. 기능주의를 거부하듯 의자 등을 실제보다 작게 하거나 크게 제작해 낯설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내년 2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