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대장정에 나선 40대 남성이 페이스북에서 화제다.
그는 인디애나 주에 사는 에릭 하이츠(40)로 몸무게가 260㎏나 된다.
그는 올해 초 인생이 바닥을 쳤다고 느꼈다. 수년간 불어난 몸무게가 감당할 수준을 넘었고,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 빚 독촉을 당하고 있었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한 아내는 6개월 전 자신을 떠나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다.
인생의 ‘루저’라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을 무렵 그는 영국 밴드 프로클레이머스의 1988년 노래인 ‘아임 고너 비(I'm gonna be)’를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500마일(804㎞)를 걷겠다는 내용이었다.
몸이 무거워 그렇게 먼 거리를 걸을 수는 없었던 그는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으니 자전거의 힘을 빌려 미국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17달러(약 2만원)를 주고 친구의 중고 산악자전거를 샀다. 시험 삼아 달려보니 100m도 못가 숨이 찼지만 혼자 몸을 풀며 준비한 끝에 대장정을 시작했다.
수중엔 200달러(23만원)가 전부였던 그는 모자란 돈을 후원계정으로 충당키로 했다.
하이츠는 ‘뚱보가 미국을 가로 지릅니다(Fat Guy Across America)’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횡단 여정을 기록해나가기로 했다.
동쪽 끝 매사추세츠 주 팰머스까지 자동차로 그를 데려다 준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였다.
느릿느릿 밟은 페달로 넉 달 뒤인 이달 초 뉴욕에 도착했다. 몸무게가 31㎏이나 빠졌지만 페이스북 친구 2만3000명이 생겼다.
몸무게 때문에 빨리 갈 수 없는 그를 진드기와 거미가 달라붙어 괴롭혔다. 털 많은 짐승이 쫓아와 울어대는 바람에 텐트 안으로 숨어들어 가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건 9월 20일 뉴욕시 북부 브롱크스에서 아내 앤지(37)와 재회한 일이다.
장정을 시작하기 전 전화를 걸었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아내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차근차근 해내는 남편을 보고 돌아오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동행하려 했으나 체력이 부족해 차로 남편을 따라가기로 했다.
미국 서부 해안까지 닿으려면 아직 머나먼 여정이 남았다.
그러나 응원을 해주는 이들이 많다. 한 번은 모르는 아이들이 하이츠의 뒤에서 ‘할 수 있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를 괴롭히는 건 사기가 아니냐는 악플이다.
‘겨울이 오는데 해낼 수 없을 거다’ ‘자동차 타고 이동하는 것 아니냐. 모두 사기다’
그의 대장정이 유명세를 얻자 이런 냉소적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이츠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뚱뚱한 사람이 자전거를 탄다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응원을 해주는 이들이 더 많다”면서 “속이려고 했으면 벌써 미국을 다 가로질렀을 것이다. 뚱뚱하고 느리지만 실제로 (완주)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260㎏ 뚱보男, 자전거 美대륙 횡단 대장정 화제
입력 2015-10-11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