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은 씨감자 캐는날?” 정동영, 농사칩거 끝내고 정치 재개 시동걸듯

입력 2015-10-11 10:14

고향인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이 다음달 중순 '감자 캐는 날'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때마침 지난 4·29 재·보궐선거 당시 몸담았던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가 최근 활동기한 만료로 소멸하면서 정 전 의원과 국민모임과의 관계도 완전히 정리된 상황이다.

특히 야권 재편이 활발한 가운데 정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손을 잡는다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당장 내년 총선부터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원은 4·29 재보선 패배 후 철저하게 정치 활동을 삼갔다.

이따금 그가 독자세력화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그때마다 재보선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국민모임과의 관계가 말끔히 정리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말 국민모임 창준위가 '6개월 이내 창당'을 완수하지 못한채 소멸하면서 정 전 의원은 물론 창준위에 몸담았던 측근 인사들 역시 국민모임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 전 의원이 현재 몰두하고 있는 씨감자 농사가 수확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 역시 정치활동 재개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내달 14일을 '씨감자 캐는 날'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확일에는 별도의 행사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수확을 계기로 '통일 씨감자 재단'을 설립을 추진하고 북한 주민 기아해결용으로 씨감자를 보내겠다는 구상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 전 의원은 정치현안이 언급될 때마다 '지금은 감자농사에 전념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뒤집어보면 감자 농사를 마치고서는 정치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거리를 두겠다며 시작한 씨감자 농사가 평소 정 전 의원이 천착했던 통일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경우 야권 재편 구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그가 전주 등에 출마할 경우 전북 전체의 판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특히 광주에 활동 기반을 둔 천 의원과 연대까지 이뤄진다면 신당 세력이 전남과 전북에서 새정치연합을 포위하는 양상까지 펼쳐질 수 있다.

천 의원은 연대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은 모습이고, 정 전 의원측도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달 20일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해 "한국 정치에서 그만한 정치인도 없다. 경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도 "만일 정치활동을 재개한다면 천 의원과 손을 잡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다른 관계자도 "결국 총선 전에는 신당파들이 모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지 않겠는가"라며 둘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2일 열린 천 의원의 차녀 결혼식에서도 만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천 의원은 "온건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겠다"고 선언한 반면 정 전 의원은 확고한 진보노선을 표방한 국민모임에 참여하는 등 노선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연대가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