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면 소비 는다고?"…1% 오를 때 0.06% 증가 그쳐

입력 2015-10-11 06:14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 증가가 끼치는 영향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서울대 경제학부 김영식 교수팀이 2008~2014년 주택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1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1% 늘어날 때 소비는 0.141% 증가한 반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할 때 소비는 0.0649% 느는 데 그쳤다. 또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나타났고, 저소득층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미했다.

이는 소비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주택과 같은 자산가격 상승보다는 소득 증대가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대출자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DTI가 25% 미만인 대출자는 주택가격이 1% 상승할 때 소비는 0.083% 늘어난 반면 25~50%인 대출자는 0.0416% 증가하는 데 그쳐 상승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50~75%인 대출자는 0.00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75% 이상인 대출자는 주택가격이 상승해도 오히려 소비를 줄였다. 대출자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집값 상승에 따라 자산이 늘어나더라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상한선(당시 60%)에 근접할 정도로 과도하게 높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들은 오른 집값에 기대 씀씀이를 늘렸다. 이들은 ‘주택가격 상승→추가대출 여력 확대→소비증가’의 경로를 밟았다. 특히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들이 가계 자금의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