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원환자 1위 폐렴, 사망자 93%가 65세 이상… 환절기 고령층 폐렴구균백신 접종 필수

입력 2015-10-09 22:38

2002년 국내 사망원인 12위였던 폐렴은 11년 만에 사망자수가 2.8배 증가하면서 2013년 국내 사망원인 6위로 뛰어올랐다. 2013년 폐렴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수는 1만809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 보다 약 1.7배 높았다.

폐렴은 다른 감염질환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서 사망위험이 더욱 높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폐렴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93%(1만47명)는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해 폐렴의 고위험군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미생물에 대한 방어능력이 건강한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폐렴은 전체 질환 중 국내 2015년 상반기 최다 입원 환자수를 기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5년도 상반기 진료비 통계 지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폐렴으로 인해 약 15만8000명이 입원했으며, 1인당 진료비는 약 156만원에 달했다. 폐렴으로 인한 평균 입원일수는 9.8일로,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111일), 뇌경색증(57.5일), 무릎관절증(21.5일)에 이어 10대 다빈도 상병 중 4위를 차지했다.

◇폐렴구균 폐렴, 일반 폐렴보다 치료비 및 입원비 더 높아

폐렴구균은 세균성 폐렴의 원인균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전체 폐렴 원인균의 최대 44%를 차지한다. 폐렴구균 질환은 이환율과 사망률이 매우 높으며, 주로 영유아와 노인을 비록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6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폐렴구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폐렴구균 폐렴은 일반적인 폐렴보다 질병 부담이 높다. 국내 11개 대학병원 환자 6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렴구균 폐렴 환자의 치료비(226만4560원)는 비폐렴구균 폐렴 환자(194만5848원) 보다 평균 약 16.4% 높았다. 폐렴구균 폐렴 환자의 전체 의료비 대비 입원비 비율 역시 폐렴구균 폐렴 환자(97.5%)가 비폐렴구균 폐렴 환자(96.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폐렴구균성 폐렴 예방에 13가 단백접합 백신 ‘프리베나13’ 접종이 중요

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감염질환학회(IDWeek 2015)에서는 65세 이상 폐렴구균성 폐렴 예방에 13가 단백접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비용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의 국민에게 단백접합 백신을 추가로 접종한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단백접합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폐렴을 예방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층과 고위험군(면역저하자, 천식?당뇨병 환자 등)에게 다당질 백신만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성인 지역사회 폐렴 예방 연구’(CAPiTA) 결과에 따라 65세 이상 환자에게 단백접합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미국 감염질환학회에서 단백접합 백신에 대해 강연한 티나 초프라 킨드레드 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리베나13은 CAPiTA라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45%의 폐렴 예방효과와 75%의 침습성 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며 “프리베나13이 고연령층에서 3가 독감백신과 동시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 독감시즌을 맞아 독감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볼 때 주의 깊게 보고동시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국내외 전문가들 “다당질백신보다 단백접합백신이 먼저”

성인 폐렴구균백신에는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실제 폐렴구균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백신의 종류 및 차이 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폐렴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만성질환자에게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23가 다당질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해 권고안을 통해 모든 65세 이상 성인에게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우선적으로 권고하도록 발표했다.

국내 역시 대한감염학회가 권고안을 개정해 건강한 65세 성인은 13가 단백접합백신 또는 23가 다당질백신 둘 중 한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항체 형성 능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 만성질환자에서는 더 효과적인 단백접합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두 가지 백신 접종의 효과를 가장 높이기 위함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폐렴구균백신 권고사항이 변경되고 있는 이유는 올해 초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CAPiTA 연구 때문이다.

CAPiTA 연구를 통해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폐렴의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폐렴 및 침습성 폐렴구균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를 각각 45%, 75% 입증했다. 45%라는 예방 수치는 과거 0%에 달하는 것을 45%로 끌어 올린 것으로 매우 뛰어난 수치이며, 미국 내 폐렴구균 폐렴 환자 수 50만 명의 45%인 22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폐렴구균백신 접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변경되고 있는 추세이며, 유럽에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프리베나13의 적응증을 18세 이상 폐렴 예방에까지 확대 승인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화이자제약의 ‘프리베나13’이 13가 단백접합 백신으로 허가를 받아 접종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