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대동(38)씨는 이번 가을이 설렌다.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인 포스트시즌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경남 창원 마산이 홈구장인 NC 다이노스 팬이다. 하지만 시즌 중에도 주말에 마산 경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차량 왕복으로 800㎞ 거리에 있는 야구장을 찾아가 열렬히 응원했다. 한 번 내려갈 때마다 20만원은 족히 나갔다. 보통 시즌 중에 월 60만원을 야구 구경하는데 썼다.
프로야구의 백미인 가을야구가 시작됐다.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포스트시즌을 더욱 재미있게 보기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마산에 누구와 어떻게 갈지 결정을 마쳤다. 또 팬 3명과 표 예매 연습까지 했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승자가 NC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이에 김씨와 동료들은 준플레이오프 티켓이 풀린 8일 얼마나 빨리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클릭을 해야 표를 얻을 수 있을지 실전 연습을 했다고 한다. 플레이오프 티켓 전쟁이 시작될 때를 대비한 것이다.
그에게 ‘가을야구는 당신에게 무슨 의미인가’ 물어봤다. ‘축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현장에서 선수들과 하나가 돼 응원하는 것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가을야구에 나설 수 없는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시선도 즐겁다”고 했다.
사실 김씨는 몇 해 전만해도 야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이 2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NC 치어리더 김연정을 좋아한다고 해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NC 경기를 보려고 한두 번 경기장에 갔다.
하지만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간 야구장은 그에게 스트레스를 맘껏 풀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특히 사람들과의 소통이 있었다. 야구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으니 이전에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그런데 응원가를 배우고 맥주를 마시면서 춤도 따라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풀렸다”면서 “평일 경기는 서울에 사는 팬들과 함께 호프집에서 단체 TV 관람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여름휴가 때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3박4일 일정으로 마산을 다녀왔다.
이제는 집에서도 드라마나 뉴스를 다 제쳐놓고 야구중계를 본다. 그는 “야구가 일상생활이 됐다”고 전했다. 올 시즌에는 많이 못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평일 NC 경기가 수도권에 있으면 퇴근하고 반드시 야구장에 갔다.
그가 NC에 바라는 것은 우승이다. 김씨는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을 때 나도 모르게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면서 “올 시즌 내가 좋아하는 팀이 우승하면 기쁨의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벌써부터 가을야구 이후의 생활을 걱정한다. 그는 “가을야구가 시작도 안했는데 곧 끝날 것을 생각하니 허무해진다”면서 “그 때가 되면 끝난 경기의 동영상을 보며 추억에 젖고, 그 추억의 힘으로 겨울을 버틸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을야구의 추억을 만끽하기 위해 마산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씨.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추억과 이야기거리는 두고두고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NC의 어느 팬 이야기…“가을야구는 추억과 소통”
입력 2015-10-09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