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배상문, 대반격의 선봉에 서다

입력 2015-10-09 20:05

배상문이 끝내기 버디쇼를 펼치며 인터내셔널팀 대반격의 선봉에 섰다.

배상문은 9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둘째 날 포볼 매치에서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와 한조가 돼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미국팀 리키 파울러-지미 워커 조를 물리치고 승점 1을 보탰다. 이로써 배상문은 자신을 믿고 추천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단장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세계랭킹 88위인 배상문은 5위 파울러에 비해 크게 낮았지만 이 대회 코스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프라이스 단장에 의해 추천 선수로 뽑혔다. 전날 5개 포섬 매치에서 1승4패로 뒤졌던 인터내셔널팀은 이날 3승1무1패를 거두며 승점 1점차로 추격했다. 두 팀은 10일 각각 4개조의 포섬(오전)·포볼(오후) 매치를 벌인 뒤 최종일인 11일 12명 전원이 나서는 싱글 매치로 우승팀을 가린다.

#홈 코스의 이점 살린 배상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배상문은 2013년과 2014년 이 코스에 열린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제집처럼 코스를 훤히 알고 있는 것은 그의 큰 자산이었다. 그러나 역시 2013년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 등 국내 무대에서 강했던 파울러를 앞세운 미국에 초반에는 끌려갔다. 포볼 매치는 2명이 한조가 돼 각자 자신의 볼을 친 뒤 좋은 성적을 그 홀의 스코어로 매기는 게임. 파울러가 2·3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배상문-대니 리는 2홀차로 끌어갔다. 하지만 9번홀을 파로 막아 1홀로 따라붙은 배상문은 10번홀에서 40야드 플롭샷을 홀컵에 집어넣어 버디를 기록, 극적인 올스퀘어를 만들었다. 이후 17번홀까지 팽팽했던 승부는 결국 18번홀에서 갈렸다. 세컨드샷을 그린 뒤쪽으로 넘겨 버린 배상문은 세 번째 샷을 홀컵 5m 지점에 붙였고, 상대팀 워커의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팅이 빗나간 뒤 시도한 버디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귀중한 승점을 쌓은 배상문은 “쉽지 않은, 정말로 좋은 경기였다”며 “이틀 더 경기가 남았으니 더 좋은 경기를 펼쳐 인터내셔널팀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니 리도 “내 공을 치는데 바빠 상문 형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서 “그나마 16번홀 어려운 파퍼트로 승리에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팀은 남아공 출신 루이 우스트히즌과 브랜든 그레이스 조가 조던 스피스와 더스틴 존슨이 짝을 이룬 미국에 4홀차 완승을 거뒀다. 전날 승리에 이어 필승조임을 과시한 셈이다. 또 찰 슈워젤(남아공)-통차이 자이디(태국) 조도 빌 하스-크리스 커크 조에 1홀을 남기고 2홀차로 이겨 승점을 보탰다. 하지만 마크 레시먼과 스티븐 보디치(이상 호주)는 버바 왓슨-J.B 홈스에 패했다.

#필 미컬슨의 볼 바꿔치기 실수와 환상의 벙커샷 이글

미국팀 리더 필 미컬슨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미컬슨은 7번홀(파5)에서 이전 홀까지 쓰던 볼과 다른 볼을 쳤다. 경기도중 알아챈 그는 경기위원을 불러 사실을 털어놨고 결국 그 홀은 실격 처리됐다. 골프규칙상 선수는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 볼을 끝까지 써야한다. 미컬슨은 8번홀에 들어서 다시 원래 쓰던 모델의 공을 꺼냈고 경기위원에게 승인을 받은 후 티샷을 날렸다. 하지만 미컬슨은 12번홀(파4) 페어웨이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로 집어넣어 이글을 만들어내며 실수를 만회했다. 미컬슨과 잭 존슨 조는 1홀을 앞선 채 18홀을 마쳤지만 페널티로 받은 ‘1홀 패배’로 인해 프라이스 단장이 필승카드로 내세운 제이슨 데이-애덤 스콧 조와 비겼다. 미컬슨은 전날 포섬 경기에서도 13번홀(파3)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친 세컨드 샷을 홀로 집어넣으며 버디를 잡아 팀 승리를 견인했다. 그의 행운은 14번홀에서도 이어졌다. 원온을 노리고 친 드라이버샷이 그린 왼쪽 갤러리쪽으로 날아갔지만 갤러리를 맞고 페어웨이쪽으로 떨어졌다. 미컬슨은 갤러리에 다가가 악수로 미안함을 표시했다. 대회 창설 후 11회 연속 개근한 그는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승점(무승부로 0.5점)을 추가하면서 자신의 역대 대회 최다 승점 기록을 27점으로 늘렸다.

인천=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