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한국인 1조원 받을까… 폭스바겐, 배상은 아몰랑

입력 2015-10-10 00:03

폭스바겐그룹의 마이클 혼 미국 대표는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출석해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태에 사과했다. 혼 대표는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산하 감독조사소위의 ‘폭스바겐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진심어린 사죄를 한다”고 말했다. 혼 대표는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는 배출가스 정치 조작 소프트웨어 설치 문제를 논의하지도 결정하지도 않았다”고 답변했다가 미국 하원의원들의 드센 비판을 받았다.

8일 한국 국회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사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수십차례 이상 사과했다. 쿨 사장과 타머 사장은 그러나 피해자 보상과 한국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을 묻는 질문에는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질문을 퍼부었지만, 이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사과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보상과 배상은 조사가 끝나야 말할 수 있다”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폭스바겐그룹 본사 조사가 진행 중인데, 한국 판매지사 정도인 폭스바겐코리아가 구체적인 리콜이나 보상·배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조사’가 끝나면 뭔가 특별한 ‘조치’가 있을까. 미국에서는 배출가스 조작에 따라 대당 3만7500달러(4355만원), 최대 180억 달러(20조90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기환경보전법 상 과징금이 최대 10억원에 불과하다. 리콜 역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간단한 차원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그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650억 유로(85조원)가 필요하다는 추정들도 나오는데, 이중 한국 소비자에게는 얼마가 지출될지 궁금하다. 국내에 판매된 배출가스 조작 의심차량이 12만대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1조원 정도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지불돼야 한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이 혹시 관대한 한국법과 제도, 착한 한국 소비자들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켜볼 일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